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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라쿤 May 11. 2024

01. 한로로 - 입춘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입춘 (立春), 그리고 개화 (開花)


여는 글.


브런치의 첫 스토리를 어떤 글로 채우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지 채 얼마 되지 않아, 한로로의 데뷔곡 <입춘>이 머릿속을 빈틈 없이 가득 채워왔습니다.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입춘, 그리고 개화


오랜만에 마주한,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가수. 2022년 3월에 데뷔한 신인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범상치 않은 '한로로'라는 이름은 본명인 한지수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이름이 지수인 탓에 별명이 한로그였는데, 이를 둥글둥글하게 바꾼 예명이 한로로라고 하네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려면 속삭이는 것보다 단단하고 강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래 자체에 몰입을 하려고 합니다. 가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발성 자체가 다소 크고 카랑카랑하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구축이 되지 않았나 해요. 김윤아 선배님 역시 너무 좋아하는데 (자우림) '있지' 같은 노래를 보면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결과 맞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해주시면, 저에겐 극찬이죠." - 한로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개인적인 음악적 수단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인디라는 장르, 한로로는 그러한 인디씬을 대표할만한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입니다. 라이브와 음원이 구분이 안 갈 정도의 탄탄한 가창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필력이 그 증거죠. 혹자는 청각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이라는 수단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부분은 지극히 낮다고 주창할 수 있겠으나, 한로로는 그들의 근시안적 사고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용음악이 아닌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한로로만의 특별한 가사는, 말 그대로 시와 같은 문학 작품에 멜로디를 갖다 붙였다 해도 전혀 아쉬움이 없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 다양한 음악 장르 가운데 특히 '모던 록'을 채택하였다는 점이, 한로로라는 가수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청춘이 겪어야 할 필연적인 허무함과 소외감, 아련함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락 베이스 음악만큼 적합한 선택이 또 없으니까요. 일렉 사운드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노래의 공간감이, 갑작스레 넓은 세상과 마주하는 청춘들의 불안함 그리고 공허함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듯 합니다.




싱글 <입춘>



입춘 - 한로로 (가사)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스물셋의 저는 봄이라는 계절이 마냥 설레지만은 않아요. 이 세상에선 나이와 책임질 것들이 비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설렘보다는 두려움, 걱정을 앞세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으며, 저는 어정쩡한 자세로 올해의 입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많아진 밤, 무작정 길을 걷다 발견한 꽃은 저보다 강해 보였습니다. 나보다 늦게 꺾일 것 같았어요. 생각을 정리하고자 나간 건데 그 꽃은 더 많은 생각들을 제 품에 안겨 주었습니다. <입춘>은 산책을 끝내고 돌아온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그 꽃을 떠올리며 만든 곡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곡을 시작으로 지금껏 용기 내지 못했던 개화를 마음먹었습니다. 늘 그랬듯 부정적인 감정들 투성이지만요. 이제는 정말 싹을 트려 합니다." - 한로로


'입춘'은 어떤 곡일까요. 한로로는 곡 '입춘'을 통해 넓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불안정한 청춘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봄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밟히고 꺾일 위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한 두려움에, 수많은 청춘들은 각자의 꽃을 피워내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합니다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따뜻한 봄을 직접 마주하더라도 불안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습니다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하지만 우리는 불안 속에서도 꽃을 피워낸 다른 어린 꽃들을 지켜보며, 비로소 싹을 틔워낼 용기를 얻게 됩니다 (무작정 길을 걷다 발견한 꽃은 저보다 강해 보였습니다 - 곡 소개). 또한 결국 싹을 틔우는 것이 넓은 세상 가운데서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보다 늦게 꺾일 것 같았어요 - 곡 소개). 


그렇게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딛은 청춘의 앞에는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줄 봄과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꽃잎을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도와줄 다른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터입니다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나를 꺾으려는 누군가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로로는 그 꺾이는 일마저도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선언합니다. 누군가의 공책 속에서 의미 있는 마른 꽃으로 남기 위하여, 나는 한 번의 꺾임을 버텨내야만 하니까요. 고통의 끝에서 나의 이파리는 누군가에게 푸른 낭만으로 기억될 것이며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봄이 끝날지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공책 속에서 의미있는 존재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게 됩니다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는 결국 싹을 틔워내야만 각자의 의미를 찾게 되는 건 아닐까요. 모든 청춘들이 완연한 날씨 아래 꿈을 피워내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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