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가기 전 디자이너님과 현재 헤어 상태는 어떤지
원하는 컬러와 느낌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긴 상담을 했다
현재 머리에 이전 검은 염색이 남아있어
그걸 먼저 빼면서 머리 톤을 전체적으로 고르게 정리하고
원하는 색을 위해 여러 번의 탈색과 크리닉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셨다
현재 헤어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기에
원하는 색을 정확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현재 고르지 않은 톤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이 과정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여러 개월에 걸쳐 처음 들었던 내용과는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마침내 진짜 내가 원하는 색을 위한 도화지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방문일
길었던 모든 과정이 마침표를 찍는 날인 줄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샵에 도착하자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내가 원하는 염색약이 준비되지 않아
해당 색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하며
갑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내 머리를 마음대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자신의 커트가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나는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지만
이미 아무렇게나 잘려버린 머리를 정리하지 않고는 일어나버릴 수도 없었다
나오는 눈물을 겨우 참고 앉아있는 내게 그가 말했다
커트비는 좀 할인해줄게요
대신 할인 때문에 포인트 적립은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