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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Sep 05. 2022

태풍이 오는 길목에서 제주에 계신 부모님께

간절히 바라는 마음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등교하고, 제주도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우리 친정부모님은 한평생 제주에서 사셨고, 감귤농사를 지으신다.

연일 티비에서 태풍 힌남노의 위력에 대해 경계하는지라 걱정이 됐다.

다행히 아직 부모님이 계신 지역은 괜찮으시다고 한다.

오늘 밤과 새벽이 고비라고 하신다.

비닐하우스에서 귤농사를 하시니 태풍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피해를 입을까 봐 그 걱정뿐이다.

어제 비닐하우스에 가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오늘은 집에서 태풍의 경로를 보며 기다리신다고 하신다.

365일 농사지으시는 분이라 쉬지도 못하시고 밭에 나가신다.

날씨 때문에 오늘은 집에 계시니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라도 받을까 하시는데 병원 갔다가 집에 못 돌아올까 봐 못 가고 집에 계신다고 하신다.

아직은 비가 내리는 정도지만 순간적으로 돌풍이 불면서 비가 쏟아지다 소강되다를 반복하는듯했다.

나는 엄마에게 오늘은 무조건 집에 있으시라고 위험하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내일 날이 개면 병원에 가보시라고 말씀드렸더니 태풍이 지나고 나면 비닐하우스를 돌보고 할 일이 태산이라 밭에 나가셔서 일하셔야 된다고 하신다.

서울에서 그 연세면 벌써 퇴직하시고 편하게 사실만도 한데 아직까지 매일 일하시는 엄마를 보면 안타깝다.

아직 막내아들이 자리를 못 잡아서 그전까지는 일하셔서 보탬이 돼야 한다는 말씀이다.

평생 고생하시며 사시는 부모님을 보면 안쓰럽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이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억척스럽게 일하시면서 시골에서 우리 세 남매를 키우셨구나.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태풍 힌남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마음처럼.

부모님도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시면서 무탈하게 자녀들이 잘 지내주기만을 바라는 마음.

이제는 다 큰 딸이 부모님을 보면서 이제는 쉬시고 평안히 사시기를 바라는 마음.

어쩌면 이 모두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


태풍이 오는 길목에 제주에 계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들의 삶에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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