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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Sep 15. 2022

 '엄마표 영어'의 기록

11년차 엄마표 영어 성장기

우리 첫째 아이가 지금 11살, 4학년이다.

처음 결혼하고 아이가 안 생기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한약도 먹고 좋다는 건 다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생기지가 않았고, 오랜 기도 끝에 우리 첫째 딸을 낳게 되었다.

그때를 돌이키면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자녀가 천천히 생겼던 것도 복이었던 것 같다.

아이를 기다리면서 자녀양육과 같은 육아서를 많이 읽고 준비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받은 가장 큰 영향은

첫 번째, 내 신앙이 기독교이기 때문에 말씀으로 키워야겠다는 가치관이 바로 섰다.

태교 하면서도 매일 아빠가 잠언 한 장씩 읽어주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같이 말씀 암송도 하고 말씀으로 키우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지금도 매일 저녁 성경을 읽으며 가정예배를 드린다. 나는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하브라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두 번째는 엄마표로 영어교육을 해보리라 생각했다.

영어를 못하는 나는 우리 아이만큼은 언어에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엄마표 영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표 영어와 관련된 여러 권의 도서를 읽으면서 나는 영어를 못하지만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한글책과 영어책을 같이 읽어주었고, 만 3세가 넘어서는 영어 영상들도 노출하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준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은 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원하는 영어책을 읽어주고,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지금은 기록해 놓지 않은 게 너무 후회가 되지만

아마 5세쯤부터 길을 가다가도 영어로 술술 말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막 없이 디즈니 영화를 보고, 뉴베리 책들을 읽는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영어나 한글이나 거리낌 없이 소설을 쓴다.

본인도 영어는 잘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차근차근 기록해 놓았다면 좋았을 것인데 지금에서야 기록하자니 중간중간 구멍이 많다.

그리고 2살 차이 나는 둘째는 자연스럽게 첫째가 보는 책을 보고 영상을 듣는다.

난독인 둘째는 한 줄 영어 그림책도 읽지 못하지만 뉴베리 책들을 시디로 듣는다.

온 가족이 디즈니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면 한글 자막을 따라 읽어갈 능력이 안되지만 영어는 다 듣고 이해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영어에 자유로운 편이고 나도 이제는 엄마표라기보다는 아이표로 넘어간 느낌이다.

다만 중간중간 새로운 책을 소개하거나 영상을 알려주는 정도.

이제는 본인의 관심사를 스스로 찾아본다.

동물을 좋아하는 둘째는 내셔럴 지오그래픽를 주로 보고,

음악을 좋아하는 첫째는 영어 노래나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대고 웃는다.

요즘은 오히려 한글 독서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 첫째가 11살이니 나름 엄마표 영어 11년 차가 되는 샘이다.

영어를 못하는 나 같은 엄마도 구린 발음으로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 만으로 아이들은 이만큼 자라났다.

이제는 아이들은 뒤로하고 내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플로리다에 가서 동물 키우면 살겠다는 둘째 녀석 집에 놀러라도 가려면 영어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자라나는데 다 자란 내 혀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귀는 들리지 않는구나.

그래도 11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듣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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