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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Sep 26. 2022

나 때문은 아닌지.

난독증인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로서 가끔 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난독증인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자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크건 작건 혹시 부모 때문은 아닌지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난독증에 관한 연구가 아직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유전자에 의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유전의 요인이 클터인데 나에게 있는 유전자가 전해진 것은 아닌 지하는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는 난독증은 아니었다. 어려서 글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없었으니까.

하지만 가끔 쉬운 맞춤법을 반복적으로 틀린다던지

글을 읽고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면

혹시 나에게 그런 유전인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난독 아동들은 단순 암기를 잘 못하는데 이는 나도 마찬가지라 평소 다른 이들에 비해 암기를 하려면 훨씬 많은 노력을 요했다.

그저 자녀의 연약함을 보면서 부모로서 미안해지는 그 마음이 둘째를 보면서 든다.

이제는 둘째가 난독인 것은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가족이 채워주려 노력하며 지낸다.

물론 치료와 책 읽기는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 난독증 진단을 받았을 때는 빨리 호전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엄마로서 집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봤지만 이는 내 성급한 마음뿐이었고,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개입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100을 준다고 해서 100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고

매일 10씩 주면 그 10을 온전히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것이다.

이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아이에게서 보면서 나도 희망을 얻는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에는 이 아이가 난독이었는지 전혀 티가 안 날 만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혹시 엄마 때문은 아닌지,

내가 둘째라고 어릴 때 누나보다는 책을 덜 읽어준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크지만

사랑하는 둘째를 우리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섭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둘째 아이가 온전히 회복되고 그 과정에서 내 연약함도 치료하시려 하는 그분의 마음을 이제 조금씩 깨닫게 된다.

우리 집에서 가장 애교가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

너의 약함이 강함이 되고, 이것이 내 인생의 굴곡이 되어

너의 아름다운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엄마가 뒤에서 도와줄게.

언젠가 네가 간증하길 바란다.

나의 약함이 강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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