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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Feb 22. 2020

요즘 인싸들은 차를 마신다_맛차차 티클래스

일상에서 찾는 여유와 밀레니얼의 취미표현

차의 기원은 중국이고, 춘추시대에도 찻잎을 음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는 적어도 천년 이상 차를 마시고 있다. 


성수동에 위치한 맛차차에 다녀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맛차차의 티클래스에 다녀왔다. 서울숲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두 시간 가까이 간단한 다식과 티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아, 겨울의 티클래스는 푸릇푸릇한 여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눈이 오지 않아 나뭇가지가 앙상하긴 했지만 아직 추운 겨울과 따뜻한 차가 호젓하게 잘 어울렸다. 


번잡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진 시간이었다. 티클래스가 시작된 세시부터는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 이었다. 한 클래스당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팀은 3팀이기 때문에 일단 조용하다. 클래스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학구적이라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에 가깝다. 얼마 전 다녀온 블루보틀 삼청 한옥점과 비슷한 분위기다. 소규모를 대상으로 차를 큐레이션 해주고 자유롭게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프라이빗한 분위기. 

맛차차_ 다기와 선택메뉴(귤 젤리)

티팟에 물 끓는 소리, 차를 따를 때 나는 소리,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까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맛차차의 차는 모두 유기농법으로 키운 야생차라고 한다. 제주에서 자란 차를 사용해 다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4월에 햇차가 나오기 때문에 그때 오면 햇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도 마실 수 있고, 따뜻한 차가 끓은 뒤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차분해지는 분위기다. 같이 제공되는 양갱, 곶감말이와 같은 달콤한 디저트를 한입 머금고 티를 마시면 된다.

가루차인 말차를 격불한 후 (오른쪽)

말차와 녹차의 차이? 

말차라떼, 말차 테린느 등 카페에서 막연하게 많이 보기는 했지만 녹차와 말차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는 색도 다르지만 제조 과정에서 그 종류가 달라진다고 한다. 

말차가 일반적인 녹차보다 색이 더 진한 이유 중 하나는 찻잎을 채엽하기전에 3주 정도 햇빛을 가리는 과정(차광재배)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햇빛을 가리면 떫은맛 대신 감칠맛이 증가한다. 

녹차는 말린 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차다. 반면, 말차는 잎을 가루로 만들어서 물에 타 먹는 차로 잎맥을 제거하고 만들어서 녹차보다 부드럽다. 잎 전체를 통째로 마시는 만큼 녹차보다 더 많은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다. 

Variation Menu: 추가금을 내면 맛볼 수 있는 

나를 포함한 밀레니얼은 경험에 시간과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는다. 가성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에 따라 지갑 여는 걸 아끼지 않는다. 무언가를 '해봤다'는 경험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세대다. 이에 따라 프립, 클래스 101과 같은 취미 플랫폼이 성행하는 건 물론 한 달 살기, 테마여행과 같이 여행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퇴근 후 시간이 늘어나고, 또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하나의 직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취미를 찾기도 한다.  


오렌지리프, 티 컬렉티브, 티하우스 나니 등 연남동, 성수동, 한남, 청담동 등 서울의 주요 핫플레이스에 찻집이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런던에서 애프터눈 티 카페의 유행이 돌아왔듯이 찻집, 차 모임, 티클래스가 새로운 사교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커피, 차, 와인은 모두 몇 년을 배워도 끝이 나지 않을 깊은 분야지만 이렇게 짧은 클래스를 통해 몇 시간 배우는 경험만으로도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 이처럼 다도를 배우는 것이 새로운 취미이자 트렌디한 활동이 되고 있다. 차 한잔을 즐기는 여유와 함께 3만 원대로 가볍게 내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물론 장점이다. 


티 클래스 중에 말차를 직접 격불 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완(찻사발)에 맛차 가루를 넣고 차선(대나무 솔)을 거품이 일 때까지 앞뒤로 휘젓는데 이렇게 젓는 과정을 격불 한다고 한다.
풍성한 거품을 내기 위해서는 꽤 세게 집중해서 저어야 하는데 격불을 하며 잡념을 멈추고 어지러운 생각을 비울 수 있었다. 정신없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차를 마셨던 시간이라 사실 차의 퀄리티 보다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 느낌이었다. 



서울숲이 보이는 공간에서 티코스, 클래스를 즐길 수 있으며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말차를 전문으로 하지만 맛보라고 주셨던 호박차도 너무 맛있었다. 


맛차차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8-11지번성수동1가 685-450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월, 화 휴무)

티코스 가격: 22,000 (Variation 메뉴 선택시 10,000원 추가)

예약: 네이버 예약 통해 가능 
https://booking.naver.com/booking/6/bizes/182737?area=p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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