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feat.모정이란)

by Rachel

오랜만에 슈룹을 다시 보기로 보았다.

그때의 김혜수 배우와
다른 배우들의 풋풋한 얼굴이
유난히 또렷하게 떠올랐다.



슈룹.
우리말로 우산이라는 뜻을
그해,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되었더랬다.

아이를 낳고,
눈코 뜰 새 없이 기르던 시기라
본방을 챙겨 보지는 못했다.



대신 조각조각,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 드라마를 듣다가, 재방을 보게 되었었다.

‘모정이 대단하다더라.’
‘엄마 이야기라서 울었다더라.’

그때의 나는
그 말들을 조금 비켜서 들었다.

갓 엄마가 되었을 때,

그 엄마라는 말이
아직은 너무 무거워서.

하지만 다시 본 슈룹은
그때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감싸는 이야기라기보다,
아이를 위해 자기 마음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의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얼굴들.

아이를 위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약해지는 순간들을
숨기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대단하다’는 감정 대신
‘아프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모정이란,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끝까지 흔들리는 마음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상담실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슈룹은
아이 위에 씌워 주는 우산이 아니라,
엄마 스스로에게도
비를 맞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곤죠에게 어떤 마음으로
마음을 키워 왔을까.


나는 어릴 적,

어떤 우산 아래에 있었을까.




슈룹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가 하나 더 있었다.
마마.


왕의 어머니를 부르던 그 호칭에는
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붙어 있었다.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마마 역시
모정에 대해 말하던 작품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 드라마를 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그저 눈물만 흘렸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극 중 ‘그루’가 울던 얼굴이
유난히 오래 남았던 장면을.

그때의 나는
그저 슬퍼서 울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죽어 가면서도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헤어지기 싫어
자기 아픔을 끝내 감추는 마음.

아이보다 먼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삶이란
어떤 마음일까.


상담실을 다니는 와중에도

나는 여전히

그 드라마 속 ‘한그루’의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치료를 받고, 오래 살아가게 되면
조금씩 묻히게 될 마음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에게는
기쁨이 되는 소식이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자주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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