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디톡스하다
월 천만원, 백만원보다 500원이 소중한 이유
처음에는 유튜브도 소소하게 시작했다. 직장인 월삼십만원 벌기,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월백만원이 시시해지더니, 월천만원까지 갔다. 10분 남짓, 영상에 빠져서 보다보면,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혹시나 모르니 일단 구독버튼과 알람설정까지 한다. 그리고, 추천된 다른 영상을 또 보게 된다.
솔깃했던 건, 독후감을 작성하고, 리포트 사이트에 올리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솔솔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실행력! 바로 온라인에서 리포트사이트들을 찾았다. 이렇게 사이트가 많은지 몰랐다. 신세계다. 책을 좋아하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얘기하는 월 30만원을 벌었을까? 아니었다. 사는 이가 없었다. 잔고은 0원.
앱을 깔고, 광고를 보면 돈이 쌓이다는 사이트에 가입했다. 고작 몇원이 모였다. 언제 500원을 모을수 있을지, 기운부터 빠졌다. 영상을 보고 된다 싶은 건, 바로 실행했다. 근데 현실은 월 30만원은 너무 큰 돈이었다. 법인카드 한달 예산정도였던 금액의 돈이 왜 그렇게 안벌릴까. 왜일까? 왜 나만 안되는 걸까? 고작 30만원인데, 월 천만원을 욕망하는 나에게는 티끌같은 돈인데 말이다.
"성공은 수많은 연쇄 작용의 결과물이다. 모든 사업의 과정은 다양한 가치 사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데, 대기업도 구멍가게도 마찬가지이다." (작아도 이기는 마케팅 19페이지, 전원태 지음, 베가북스, 2020)
그렇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수많은 영상들은 결과의 단면만 보여주고 있는거다. 한정된 시간때문에, 또는 여러분의 편의를 위해,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컷편집이 된 그 촘촘한 연결들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컷편집이 되지 않은 촬영 원본은 딱딱하고, 지루하다. 그게 우리의 삶이니까. 우리의 여정이다. 현란한 편집과 영상연출로 영상들은 매력적으로 가공되고, 하나의 상품이 된다. 유튜버들은 그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를 모은다.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매월 억에서 천단위의 돈을 번다.
현실의 나는, 리포트 사이트에 독후감을 팔기위해 사이트를 가입하고, 독후감을 올린다. 이건 1.25배속, 2배속으로 빠르게 지날 수 없다. 빠르게 돈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여정을 지난다. 어떤 독후감이 팔릴지를 고민해야 되고, 어떤 리포트가 수요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내가 쓴 리포트가 가격이 비싼건 아닌지, 다른 판매자의 가격도 살펴본다. 그리고, 안팔리는 이유를 고민한다. 독후감은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쓰는 것이아니라, 고객인 대학생 들이 지금 필요한 책의 독후감을 써야한다. 1.5배속으로 지나가고 싶은 순간들을 계속 지나쳐야 한다.
월 천만원, 스포츠카, 최고급 빌라, 명품 옷과 시계, 플렉스의 전시장이 된 내 유튜브를 보다보니, 어느새 현실에 지루한 부분은 컷편집으로 날리고 싶은 성급한 나를 본다. 헷갈린다. 500원짜리 내 독후감은 팔리지 않는데 말이다.
그저 내 욕망의 전시장이 된 괴물같은 나의 유튜브를 본다. 월 천만원, 매출 10배, 4시간만에 월 몇백, 현란하게 포장된 상품들이 매장에 가득차있다. 현기증이 났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구독취소를 누른다. 디톡스를 하듯이, 취소, 취소, 알람해제.
날이 따뜻해지자, 안입는 옷 한벌을 당근마켓에 올렸다. 누가 사갈까? 호기심에 올려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저녁 연락이 왔다. 다음날 옷을 잘 세탁해서, 깨끗한 종이백에 넣고, 지하철역으로 나갔다. 첫 거래가 고마워 시원한 생수한통을 챙겼다. 그리고 나는 팔았다. 유튜브에는 없는 내 현실의 연쇄작용의 시작! 돈을 번것이다.
그래서 얼마를 벌었어? 라고 친구가 물었다.
5백원 벌었어. 나는 대답했다.
5백원 번 기념으로 내가 커피 쏠께!
커피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시원한 물 잘마셨다고 후기가 올라왔다.
떠나간 옷만큼 나의 옷장은 가벼워졌겠지.
그리고, 그 옷장처럼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면 그럼 된거 아닐까. 핸드폰을 들어, 유튜브를 껴본다. 디톡스한 유튜브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