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차승우처럼 살아볼 수 있을까
굳이 눈치 따위 보며 살기엔
삶은 너무나도 짧은 거니까
서툰 호기를 부려 뒤틀린
이 길을 나름대로 즐겨 볼까 해
꽤나 많은 실수를 저질러 왔지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았으니까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난 근사한 녀석이 될 거야
(문샤이너스, '푸른밤의 BEAT!' )
문샤이너스가 '푸른밤의 BEAT!'라는 곡을 냈을 때, 노래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호기로움에 열광하며 무한반복하며 들었던 게 14년 전이다. 비록 20대라는 호시절은 지나갔지만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도 충분히 멋지게 살 수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지금 생각하면 그저 피식 웃을 수밖에 없는 그런 철없는 시절이었다. 강산이 한 번하고도 절반이 더 변했을 그 시간 동안 난 남의 눈치도 많이 보고 숱한 실수들을 저질렀지만, 노래 가사에 나오는 그런 근사한 녀석이 되진 못한 것 같다.
인생에서 '만약'이란 가정은 참 무의미하지만, 만약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가슴 두근댔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직장 생활에 적응한답시고 술도 지나치게 많이 마시고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상하게 날 혹사시켰던 시기였다. 그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내가 취미라고 이름 붙이며 뒤늦게 즐기고 있는 것들을 그때부터 시작했더라면, 그래서 그 경험들이 꾸준히 쌓여왔다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옵션들이 많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을 해보곤 한다. 그런 생각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평범한 직장인 아저씨의 삶도 물론 소중하지만, 조금 더 멋진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후회하는 시간들이 더 쌓이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애를 써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토록 좋아하던 술자리를 줄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도 줄었지만, 그에 반비례하여 늘어난 시간을 나에게 쓰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이가 들어가며 할 수 없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생길 테니, 그런 순간이 불현듯 다가오기 전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어떻게든 즐겨보고 싶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관심의 영역을 넓히다 보면,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이 어떤 식으로든 더 풍요로워지지 않겠는가.
이 노래 도입부의 드럼 소리가 둥둥둥 들리면, 그 비트에 맞춰 내 심장도 두근댄다. 노래를 처음 들은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이토록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를 때의 느낌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한 번쯤은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누구나 자기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환상과 욕심은 있는 법이니까. 이번 생에선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삶을 살았으니, 다음 생을 살 기회가 있다면 그땐 음악을 들려주는 플레이어가 되어 보는 걸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 노래와 더불어 이 노래를 부른 문샤이너스의 차승우라는 뮤지션의 지분이 크다.
차승우라는 이름은 노브레인의 폭발적인 전성기를 이끌었을 때 이미 익숙했지만, 나에게는 문샤이너스의 차승우가 가장 멋졌던 것 같다. 체크무늬 자켓과 반바지, 그리고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기타를 치며 '푸른밤의 BEAT!'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타고난 스타성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를 짜릿하게 알려주었으니까.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나 섹시하다고 느껴졌던 그 날것의 에너지를 지금의 뮤지션들에게서는 좀처럼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 문샤이너스와 차승우가 참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요즘 조금이라도 지쳐 있는 상황이라면, 이 노래에 담긴 에너지를 느끼며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https://youtu.be/sISH7ATwnPU?si=A9JXCvOqhpypNg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