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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리뷰합니다
by rae Nov 28. 2017

센 강을 걸으며
감탄해 버린 아침.

Travel Guide Vol.45_Paris

 숙소가 바스티유와 마레지구 사이여서 걸어서 오분이면 센 강에 다달을 수 있었다. 아침 10시 우리 가족은 주섬 주섬 센 강변을 따라 걸었다. 평일 아침, 늦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들은 여유가 그대로 묻어났다. 글쎄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파리는 여유로웠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 온 아버지들, 그룹으로 러닝을 하는 나이키 러너들 떡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끌고 강가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하는 사람들. 선릉역이나 신주쿠 역에서 볼 수 있는 경직된 평일 아침의 모습과 달랐다.


 

실은 전날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파리 퇴근시간인 오후 6시에 도착했다. 아니 5시 30분쯤 정도 되었을 것이다. 입국 심사대에 접근하니 우리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우리 비행기 말고 중국에서 도착한 승객 줄 역시 늘어서고 있었다. 5명의 입국 심사관중 3명은 오후 6시가 되니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해 버렸고 입국 심사대는 중국 승객과 한국 승객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는 다행히 아기를 동행해서 줄 앞으로 갈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중국인들에게 새치기를 당해 입국 도장을 받는데 무려 30분이나 허비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란서 놈들은 변한 게 없다고 혀를 차셨다.  한국 같았으면 줄이 길면 자연스레 눈치껏(?) 연장근무를 했을 텐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해 버리는 프랑스 입국심사대 직원을 보며 한국 중국 연합 입국 대기자들은 그들의 뻔뻔함과 태연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가족은 센느 강가에서 느긋한 아침을 보내는 파리 시민들을 보며 감탄한다. 

그렇다.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전 한때 SNS에서 유명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프랑스로 이직한 한국인이 상관에게 잘 보이려 '한국식'으로 매일 저녁 늦게 까지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팀장이 그를 따로 불러 칭찬은커녕 '네가 야근을 하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좋은 문화를 망치고 있다'며 경고를 주었다는 이야기.

어제의 괘씸함과 부러운 센 강의 아침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칼퇴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한 한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여유로운 파리의 아침.


당연한 것이 당연한 건데 우리는 그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한다.

참 슬프게도.


https://www.instagram.com/ra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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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떠나 사진과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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