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과 출근
알람을 듣고 7시 쯤 겨우겨우 깬다. 보통 2~3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피곤한 표정을 잔뜩 한 채로 가느다랗게 실눈을 뜬다. 마지막 알람을 듣고도 몇 분 뒤에 일어난 날은 초조하고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 의지가 아닌 시간표대로 움직이기 위해 하루가 시작된다.
전날 밤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잠에 들었기 때문에, 아침은 알람소리가 아닌 두 가지 방식으로 시작한다. 알람 없이, 초조한 수면가능 시간 계산 따위 없이 편안하게 잠들고 편안하게 일어나는 중이다. 내 신체를 초조하게 하는 알람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자유롭고 마음 건강에 좋은지 모른다.
내 몸이 피곤하거나 전날 늦게잔 경우에는, 필요한 잠을 다 잔 후에 9~10시에 느긋하게 일어난다. 산이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여서 새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혹은 강아지의 핥는 소리나 감촉에 8시쯤 일어난다. 더 잘 수 있었는데 강아지의 핥는 소리에 일어나니까 약간 성가시기도 하지만 알람보단 훨씬 사랑스럽다. 바닥에서 자던 강아지는 딱 8시가 되면 내 침대로 올라와서 자기발을 핥거나 내 얼굴을 핥고, 요즘은 대부분 8시에 일어난다.
9시쯤 일어나고 싶어서 강아지를 늦게 재우고 늦게 일어나게 하는 방안을 노력해보았지만 강아지는 무조건 8시면 기상을 해서, 8시 기상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좀 더 일찍 자는 걸로 천천히 바꿔가는 중이다.
정말 푹 자고 싶으면 강아지와 따로 자면 되는 일이긴 한데, 강아지랑 같은 방에서 잘 때 나도 잠이 더 잘 들어서 내가 한시간 정도만 일찍 자고 아침에 기분 좋게 강아지와 함께 일어나려고 하는 중이다.
나의 의지대로 기상을 결정할 수 있어 하루의 시작이 여유롭다.
나는 정말 빠르게 출근 준비를 하는 편이다. (극한의 효율충 entj) 7시2~30분에 기상하면 7시50분에 집을 나와서 대중교통을 탄다. 물세수하고, 이 닦고, 옷 갈아입고, 물 한잔 마시고 나오는데 20분 정도가 걸린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는 건 아주 피곤하기 때문에, 최대한 출근 준비가 적게 걸릴 수 있도록 했다. 20분의 출근 준비가 가능하기 위해서 나는 전날 밤 샤워를 하고, 미리 다음날 뭘 입을지 어느정도 생각을 하고 잤다. 20분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바쁘게 준비를 하고 50분에 집을 나온다.
5분이라도 늦게 나오면 셔틀버스를 놓칠 수 있으므로 1분 단위에도 예민해진다. 시계를 확인하며 종종걸음으로 스폿으로 도착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그나마 셔틀버스가 있던 대기업을 다닐 때는 양반이다. 지켜지는 나의 한 버스 좌석에서 앉아서 갈 수 있으니까. 대중교통을 탈 때는 정말 힘들다. 밀치는 사람과 밀쳐지는 사람의 짜증소리를 들으며 다소 구겨져서 출근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건 강아지를 한참 쓰다듬는 거다. 강아지를 조물거리고, 배에 얼굴을 부비고, 강아지 배를 쓰다듬고 하며 침대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일어나서 핸드폰으로 쇼츠도 보는데, 아침에 누워서 핸드폰부터 하는 건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다. 강아지를 한참 예뻐하다가 거실로 나와서 강아지 밥그릇에 사료를 주고, 물그릇을 채운다.
요즘에 위 건강을 관리하고 있어서 아침마다 유산균 요구르트를 마신다. 차게 마시면 좋지 않아서 조금씩 입에 머금고 천천히 마신다.
그리고 노래를 틀어놓고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다. 운동을 싫어해서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또 20분 정도 강아지와 터깅을 하며 놀아준다. 강아지도 아침부터 주인과 함께할 수 있어야 행복하단다. 팔운동 하는 셈 치며 아주 열정적으로 강아지와 터깅을 하면 출근 전의 과정이 끝난다.
이제 강아지를 진정시키고, 데스크에 앉아서 출근 버튼을 찍는다.
출근까지의 과정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다. 몸에 좋은 유산균 요구르트 한잔,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스트레칭, 그리고 강아지와 놀아주는 시간.
주 6시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며 내 하루의 시작을 내가 원하는 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