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26. 2024

오늘도 평화롭지 않은 파키스탄

이 나라의 평화와 안정은 언제쯤 오려나...

 나는 무탈히 배낭여행 잘 다녀왔으나...

 파키스탄은 무탈하지 않다.


 유독 올해 11월 들어 분리독립 테러와 종교분쟁이 잦다 싶었는데, 지난 일요일을 기해서는 아예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 같다.




1. 분리독립 테러

 파키스탄에는 무장테러단체가 많은데 발루치족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발루치스탄해방군(BLA)'도 그중 하나이다. 파키스탄 남서부 지역인 발루치스탄에는 천연자원이 많이 생산되지만 자원개발의 수혜를 중국과 파키스탄 중앙정부가 다 가져가고 자원의 주산지인 발루치스탄에는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않다며 분리독립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돈 나오는 땅을 파키스탄 중앙정부가 순순히 독립하라고 내어 줄 리가 없다. 말로 해본들 안 들어주니 다음 선택지가 테러다.


 보름 전에 발루치스탄 주도인 퀘타시 기차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인구가 2억 5천만 명이 넘는 파키스탄은 각 주마다 주요 거점도시가 있으며 퀘타시 역시 거점도시 중 하나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구나 광주 정도 느낌의 광역시로 보면 된다. 이곳 기차역에서 폭탄이 터졌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0910957


 발루치스탄 해방군은 특히 CPEC(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사업을 겨냥한 중국인 테러가 잦다. CPEC 사업의 수혜를 중국이 다 가져가서 자원을 수탈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쩍 테러 빈도가 잦아져서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사이트 근로자(수도권 제외)는 방탄차 이용 및 경찰 에스코트 서비스가 의무가 되었다.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4/10/07/20241007500073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1083200083?input=1195m


 중국 인민해방군이 파키스탄 영토에 파견을 나와 합동 군사훈련을 시행한다. 타국의 군대를 외국에 파견하여 작전을 한다는 의미는 가벼운 게 아니다. 그만큼 중국 정부도 사태를 주시하며 파견이 아닌 장기 파병을 검토한다는 외신이 들린다.


 문제는... 우리 파견 한국인들의 외모가 중국인과 쉽게 구분이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인 사업자들은 현지인들 고용도 많이 하고 현지인들과 사이가 무척 좋은 편인데, 테러조직에서 그런 거까지 알 수가 있나. 그냥 칩거하며 숨 죽이며 조용히 살아갈 뿐이다.




2. 종교분쟁

 파키스탄은 자연 발생 나라가 아니다. 느슨한 국가 형태였던 무굴 제국이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후 인도로 독립하면서 종교 갈등으로 무슬림들이 떨어져 나와 분리한 국가가 파키스탄이다. 이후 파키스탄은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으로 다시 분리가 되어서 동파키스탄은 현재의 방글라데시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슬람 종파는 한 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종파가 있다.(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지도 못하겠다.) 우리나라 일부 기독교 종파도 종파가 다르면 서로를 사람 취급 안 하듯이 이슬람 종파도 다른 종파끼리 사이가 좋지 못하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121_0002968535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3043600077?input=1195m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51112001


 도심지에서 종파분쟁이 생기는 경우는 잘 없는데, 유독 북서쪽 KPK주에선 종파충돌이 매우 잦다. 며칠 전에는 이 종파분쟁으로 수십 명이 죽고 다쳤다. 한 번의 유혈사태가 아니라 정부가 중재에 나서 "휴전"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종파분쟁이 아니라 내전이라 불러도 안 이상하다.




3. 대기질 최악

 세계에서 가장 대기질이 안 좋은 도시가 어디인지 아시는가?

 인도 뉴델리가 종종 거론되지만 거기 아니고 바로 파키스탄의 라호르 시.

 공기질지수(AQI)가 300을 넘으면 ‘매우 유해한’ 수준을 넘어 ‘위험’(Hazardous)으로 분류되는데 라호르는 이미 800을 넘어섰다고.


https://www.yna.co.kr/view/AKR20241114088100077?input=1195m

https://www.mk.co.kr/news/world/11169904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라호르 보단 좀 낫지만 겨울 내내 파란 하늘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외출하고 씻으면 코 안쪽이 시커멓다. 외출하려면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필수로 껴야 한다.

 정부는 휴교령을 내리고 자영업자의 영업시간 단축을 명령해서 시민들의 외출을 자제시키고 있다.




4. 정치 불안

 그래도 4번에 비하면 앞서 세 개는 좀 낫다. 그나마 먹고는 살며, 이동은 할 수 있어서이다.

 지난 일요일(2024년 11월 24일)부터 파키스탄 야당인 PTI가 주도하는 임란 칸 전 총리 지지 시위대가 전국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해당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위대의 도심진입을 불허하고 해산하려 했으나, 경찰력만으로는 역부족인지 11월 26일 화요일 오후 현재 경찰 저지선과 바리케이드를 뚫고 도심 국회의사당 앞 광장으로의 집결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군부대의 지원을 요청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126144400104?input=1195m

https://www.dawn.com/news/1874921/in-pictures-pti-supporters-rally-towards-islamabads-d-chowk-amid-police-using-teargas


 저지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일어나서 벌써 4명 이상의 경찰관 또는 군인이 사망하였고 시위대 측에도 다수의 부상자가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금요일 오후부터 수도권을 꽁꽁 걸어 잠갔다. 도시를 잇는 주요 고속도로 입구마다 컨테이너 박스를 산성처럼 쌓아 올려 모든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대중교통도 중단시켰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동맥 도로 역시 컨테이너를 쌓아 올려 차량 운행을 차단했다. 시내 주요 상점은 영업을 중단했으며 락다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식자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도시 통제가 좀 더 길어지면 시위대가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굶어 죽을 판이다.


 모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대부분의 기업은 재택근무령을 내려 이동을 삼가고 있다.



 임란 칸 전 총리는 다수의 부패혐의로 수감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피선거권이 박탈되었다. PTI 야당은 이를 정치공작이라 규정해서 임란 칸 전 총리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이런 대규모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수도권과는 거리가 좀 있는 우리 지사는 해당 시위에 직접 노출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업활동에 필요한 물류가 차단되고 수도권에 주거하는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다.






 나는 파키스탄에 파견 나와 일하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이 나라가 좀 더 안정화되고 좀 더 발전하길 바란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국토 면적도 넓고 인구가 이미 2억 5천만 명을 돌파한 잠재력이 있는 국가인데 정치상황부터 좀 안정적으로 만들어서 국민 힘을 결집하여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길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