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7일 차, 팔라델레이 -> 아르주아 28.13km
팔라 델 레이 -> 아르주아 28.13 km
Palas de Rei -> Arzua 28.13 km
다시 생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날의 일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 잠시 현실에서 저 멀리 도망 나왔는데 걷다 보니 다시 현실에 가까워져 있다. 나는 이대로 걸음이 다시 생장을 향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긴 걸음을 걸어와서, 끝에 다다르는 이 시점에 나는 이 길의 시작인 생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한다. 긴긴 걸음을 걸어왔고 폭염주의보 속에서 지쳐가며, 무거운 배낭을 던지고 기대 누워 내가 뭐 하고 있는 걸까... 하던 일은 모두 잊은 체, 나는 다시 그날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다시 그 평화를 느끼고 싶어 한다.
아이러니한 순례길이다.
이 길을 마치면 어디로 향할까? 이런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다들 순례길 이후 다른 여행의 일정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아직 계획한 바가 없었다. 돌아갈 날을 정하지 않은 휴가였기에 발걸음 닿는 데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묘하게도... 걷는 동안 그런 생각들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나는 오늘 하루를 걷고 싶었다.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기분을 잃고 싶지 않다. 조금 더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이 길이 좀 더 길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허무맹랑한 바람이 가득했다.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했다.
마치 일요일 저녁과 같은 기분이랄까?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이었을 듯
순례길을 걷는 중 가끔 한글을 마주하게 된다.
엥??? 여기에 왜 한글이? 이런 느낌
이곳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지나갔나? 저~멀리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준비해주다니, 정작 이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를 텐데 어떻게 알고 했을까?
묵시아 피스테라... 갈까?
산티아고 스페인 순례길 여정의 끝은 모두 다르다. 많은 이들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서 걸음을 멈추기도 하지만 묵시아, 피스테라까지 순례길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또 걸어온 길을 반대로 다시 생장을 향하여 반대로 걷는 이도 있었다.
걸음의 후반부에 들어오다 보니 "너는 어디까지 갈 생각이니?"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나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
생장에서 걸음을 시작할 때, 나는 막연하게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라는 종착점만 생각했다. 이 길의 시작은 생장이고 마침표는 산티아고이구나 하고. 걷다 보니 걸음의 시작이 반드시 생장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 씩 순례길 전체 여정을 나눠 가기도 하고 사리아, 레온 등 중간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순례길은 이렇게 해야 한다 하고 모범답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 큰 틀을 주고 그 안에 각자의 입맛에 맞춰 걸어가는 길이었다. 후반부에 온 지금 종착점은 산티아고뿐 아니라 또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어디까지 가볼까?
순례길에 대한 예능은 '스페인 하숙'만 알고 있었는데, JTBC '같이 걸을까'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나 보다. God 멤버들이 일부 구간을 걸은듯하다. 신기하네... 이 사람들이 God를 알거라 생각하진 않는데 이렇게 앉았던 자리까지 표시해놓은 거 보면 당시 큰 이슈가 되었던 걸까?
참! 그리고 멜리데를 향하는 오늘의 길에 '왁스 세요'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반적인 도장을 찍어주는 쎄요가 아니라 왁스를 녹여 찍어주는 쎄요. 순례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잇템이란 생각이 들었다. 갖고 싶다.. 왁스 쎄요. 단톡방을 통해 주섬주섬 소식을 주워 가는 길에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 특별함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멜리데에 도착할 때까지 발견할 수 없었다. 상상 속의 왁스 세요는 이렇게 바이 바이.. 생김새조차 할 수 없었다.
어느덧 3주 차가 되니 제법 이곳의 삶에 익숙해졌다. 바 Bar가 나오면 잠시 멈추어 햇빛을 즐기곤 하고 특히 시에스타 시간에 즐기는 낮잠은 충분히 훌륭했다. 이전엔 낮잠을 시간 낭비라고만 여겼었는데 이곳에 와서 걸음을 마치고 알베르게에서 갖는 가벼운 낮잠은 오전의 피로를 사악 가져갔다. 아구아, 카페 콘레체 등 가벼운 스페인어에 익숙해지고 들리기 시작했으며 Si네, Si네 가 입에 붙어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박력 있는 스페인어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은 기분?
멜리데를 지나면 뽈뽀를 불러주세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우리는 종종 뽈뽀(문어숙회..?)를 접하게 된다. 지난 기억 속에 그중 최고는 멜리데에서 만났던 뽈뽀가 단연 최고였다! 멜리데 마을이 어떤 이유에서 뽈뽀가 유독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단 먹어보면 과연 소문이 사실이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왜냐면 정말 부드럽고 맛있거든...
사진은 마을을 통과하며 걷는 길목에 위치한 식당이다. 이곳에 창문을 열고 안에 있는 직원이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뽈뽀 한 조각씩 찍어 나눠주는데 그 향과 비주얼을 본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홀린 듯이 받아 한입 했는데 와... 그동안 먹었던 뽈뽀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지나가는 길에 요 형님이 주길래 한 입 먹은 것뿐인데 와우 이건 걸음을 잠시 멈추어야만 해!!!라는 느낌이 빡! 온다. 정말 맛있어...
그렇게 잠시 뽈뽀와 재회 후 갈길을 떠났다. 멜리데를 지나는 순례자님들~ 여기서 잠깐 멈추고 살짝 먹고 가세요~ 꼭이요~!!
생장에서 낯선 걸음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이 길은... 이틀 남짓 남았다.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5
⭐️⭐️⭐️ 갈리시아 지방의 멜리데 - "뽈뽀"를 먹어보길 강력 추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4
⭐️⭐️⭐️ 오세브리오 에서 자전거를 탔다. 오늘은 자전거 순례자가 되는 날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3
⭐️⭐️⭐️⭐️ 처음으로 발목을 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미리 공부해가자! 쉬운 부상에 대한 준비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속도
이젠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걷는 기분은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