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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현황 Jul 07. 2022

#32. 마지막 부엔 까미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30일 차, 페드로우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19km


페드로우조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19.16 km
Pedrouzo -> Santiago de Compostela 19.16 km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참 한결같다.
알베르게 로비. 아침엔 늘 분주한 이곳

 마지막 날 역시 홀로 출발한다. 

이 길을 걷는 3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군가와 함께 출발한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나는 날 8시가 다 되어 일어나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었다. 제시간에 일어나 함께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 그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기다림에 미안해서이기도 하다. 언제든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사진을 찍고 또 어제 만나지 못했던 다른 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핑계일지도!


나는 오늘도 느지막이 그리고 천천히, 혼자 걸음을 시작한다. 

이 순례길의 첫날도 그리고 마지막 날도

이른 아침,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걸음을 걷곤 한다.
조금 일찍 나오면 이렇게 자욱한 안개와 해가 뜨며 그리는 주황 하늘을 볼 수 있다.



환영합니다, 순례길 시장터 


 마지막 19Km의 걸음을 시작했다. 마지막 날의 어떤 특별한 감정? 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바람이었단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왜냐면... 


 단기 순례자들은 모두 다 모이는 이곳. 마지막 산티아고 대성당을 향한 여정이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인원들이 모여 지나가며 만나는 모두에게 '부엔 까미노'를 외쳤다간 성대가 나갈지도 모를 정도였다. 마치 명절날 고속도로처럼 길이 꽉 막혀 가로질러가기도 쉽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린 학생들의 순례길은 항상 블루투스 스피커가 함께 해야만 했나 보다. 앞 뒤에서 각기 다른 음악들이 우렁차게 섞여 들려오고 사방은 왁자지껄한 음성이 섞여있다. 


 각자의 순례길 방식이 있을 테지. 

그들의 방식을 존중한다. 그리고 나 역시 존중받고 싶었다. 그래서 이 정신없는 구간을 얼른 지나가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음을 걷기 시작했고 거리가 조금은 한산해지는 구간이 나오기까지 걸음을 재촉했다. 중간에 마을이 나와도 짧게 훑어보고 지나쳤고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는 블루투스 스피커도 빠르게 지나쳤다. 조금은 조용하고, 한적한 걸음을 할 수 있는 곳을 향하였다. 

나는 늘 궁금했다. 


10일 차의 나와 다른 사람들은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15일 차의 나와 다른 사람들은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오늘의 나와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모두 분명 같은 길을 비슷한 시간대에 걷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모두 다양하겠지? 그들의 생각들을 듣고 나누고 싶다.  초중반까지는 다양한 이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분명... 그렇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부터는 그럴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우연히 초반에 만났던 이들과 재회하는 날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처음 보는듯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이미 다녀왔다면 그 의견을 나눠줬으면 좋겠다. 또 길을 걷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이 있다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궁금함을 가지고 있는지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이 길을 걸었던 다른 순례자의 생각들을 듣고 나누고 싶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그토록 기다리던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입구에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했지만, 이미 이 도시의 입구부터 퍼레이드 행렬 같았다. 그리고 저 멀리 성당의 탑이 보이기 시작하며 성당의 크기를 가늠하게 했다. 우리는 이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목적지에 도착한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서둘러 대성당 앞으로 향하고 싶었다. 그리고 대성당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참 이상한 마음이었지, 


 들뜬 마음으로 그동안 오며 가며 만났던 친구들 모두와 간단한 인사와 소회를 나누며 걸었다. 모두의 표정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날이 지나면 우린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며 장난을 치지만 역시 허전할 것 같다고들 한다. 더 이상 걸어 나갈 목표가 없다는 것. 오늘 우린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인지 사랑방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인지 모를 만큼 많은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어느덧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바로 앞에 있다는 이정표까지 도착했다. 자 여기부터 산티아고야, 너희가 그리 기다리고 바라고 보고 싶어 하던 곳. 어서 와 고생했어. 마치 말하는 것 같은 도시의 숨소리였다. 

저 멀리, 대성당의 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티아고 대성당, 그 앞에 거의 다 왔다.

 대성당 가까이에 가면 커다란 나팔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골목의 꺾이기 바로 전, 한 사람이 큰 나팔소리를 내며 환영인사를 울리고 있다. 나팔소리를 지나면 운동회날의 운동장같이 사람들이 잔뜩 모여 이전에 볼 수 없던 표정을 한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모여있다. 그들은 모두 대성당을 바로 앞에 마주하고 지난날의 시간을 표정에 가득 담아 그곳에서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오묘한 표정의 순례자들을 마주한 대성당을 마주하면, 비로소 우리의 최종 종착점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앞에, 799km의 걸음을 마무리하는 이곳에 도착했다. 

우리 모두... 이 위대한 걸음과 시간의 끝에 도착해, 커다란 성취를 이루었다. 

Alright guys, ah yes We made it. good job...


 기뻤다. 분명 기쁜데 슬프기도 하고, 죽기 직전처럼 지나간 날들의 시간이 흘러지나 간다. 필름이 스르륵 지나가듯이 지난 30일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물렀다. 왜냐하면... 모두의 공통 목적지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그동안 걸으며 동지애를 느낀 모든 친구들을 바로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당 앞에서 햇빛을 쬐며 감상에 젖고 있으면 친구들이 하나씩 도착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며 어쩌면 이번 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 수 있는 서로의 사진을 함께 나눈다. 


그리고 모두와 나눈다,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자.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하늘의 태양을 마주했다. 나는 오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다음 글은 산티아고에서의 하루 그리고 피스테라, 묵시아에서의 휴양을 주제로 사진과 함께 오겠습니다. 

빠잇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7

⭐️⭐️⭐️⭐️⭐️ 마지막

마지막 도시 산티아고.  여러분은 이곳에 도착하면 무엇을 할것인가요? 

도착하는 그날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직접 실천해보는거에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6

⭐️⭐️⭐️⭐️⭐️ 인연

스쳐 지나간 인연이어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다.

늘 예의 바르고 겸손하게 다음 만남을 준비하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5

⭐️⭐️⭐️ 갈리시아 지방의 멜리데 - "뽈뽀"를 먹어보길 강력 추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4

⭐️⭐️⭐️ 오세브리오 에서 자전거를 탔다. 오늘은 자전거 순례자가 되는 날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3

⭐️⭐️⭐️⭐️ 처음으로 발목을 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미리 공부해가자! 쉬운 부상에 대한 준비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속도

이젠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걷는 기분은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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