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

숏폼 3부작 중 첫 번째 글

by Rainrose

1. 실태

최근, 숏폼 비디오 시청과 관련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현대인들의 대다수는 기상 직후, 식사 시간, 대중교통 이동, 취침 직전 등 유휴 시간마다 숏폼 비디오(이하 숏폼)을 시청한다. 이들은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느끼거나, 학업이나 과제, 취미 활동 등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곧잘 숏폼을 시청한 것을 후회하곤 한다.


더러는 숏폼을 시청하지 않을 작정으로, '숏폼을 보는 것을 인지하면 즉시 스마트폰을 종료하겠다' 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다시금 몇십 분이고 숏폼을 시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디지털 디톡스', '도파민 디톡스' 등 숏폼 시청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몇 일이나 몇 주 정도의, 일시적인 실행에 그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가 숏폼 시청 중단을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것은, 정말로 우리의 뇌가 '도파민에 절여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개인의 의지 박약 때문일까?


2. 진단

유휴 시간에 숏폼 시청이라는 상태에 빠지는 것은, 개개인의 잘못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진화적 본능과, 이를 공략한 빅테크의 전략을 탓하는 것이 적절하다. 원시 시대에는 (1)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고, (2)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전략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를 지향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숏폼은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한다. (1) 따로 장소를 이동하거나 책을 꺼내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몸에 지니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켜서 앱에 들어가는 것만으로(신체적 에너지 절약), 별도의 탐색이나 선택 과정 없이(정신적 에너지 절약) (2)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새로운 정보를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은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이에 따라 기업과 인플루언서들에게 더욱 많은 광고료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진화적 본능과, 음험한 빅테크들의 이윤 추구 전략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무의미한 숏폼 시청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3. 치료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단순히 의지를 탓하거나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의미있는 일을 행하는 것에 비해서 (a)숏폼을 시청하는 것이 훨씬 불편하도록 주변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즉, 굳이 신체적,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숏폼을 겨우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숏폼에 가닿을 수 있는 단계의 수를 최대한 늘리는 한편, 평상시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설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격리 상태는 (b)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길을 완전히 막기보다는, 지나가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샛길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숏폼 시청 중단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그 구체적인 방법을, 각 SNS에 따라 소개하겠다.


3.1. 유튜브

3.1.1. 스마트폰에서

먼저, 아이폰을 사용하는 필자는,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삭제하였다. 갤럭시와 같은 안드로이드 기종은 유튜브 앱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설정에서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임시 방편으로 택하자. (a) 유튜브 앱을 삭제하면, 메인 화면에서 유튜브로 들어가는 경로를, 한 단계(앱 버튼 클릭)에서, 세 단계(브라우저 클릭, 새 창 열기, 주소 입력)으로 늘려 서비스 접근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웹의 UI는 앱보다 훨씬 불편하고 속도도 느리므로, 영상 선택 및 시청에서 불편함을 증대하여, 시청을 지속하고자 하는 욕구를 줄일 수 있다. (b) 꼭 필요한 영상이 있다면, 웹으로 시청할 수 있으므로, 다시 유튜브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를 만들지 않아, 장기적인 격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3.1.2. PC에서

PC에서는 기본적으로 웹을 이용해 유튜브를 시청하므로, 스마트폰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단, 확장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추천 알고리즘을 차단할 수는 있다. (a) 추천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탭 상단의 확장 프로그램 버튼을 클릭하여 설정을 해제해야 하므로, 기존에 비해 두세 단계 많은 경로가 필요해, 서비스 접근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b) 꼭 필요한 영상은 검색을 통해 시청할 수 있고, 구독한 채널의 영상은 사이드바를 이용해 시청할 수 있으므로, 추천 알고리즘 이용을 제외하면 확장 프로그램을 해제할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아, 장기적인 격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Chrome과 Safari 브라우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이 글을 참고하자.


3.2. 인스타그램

3.2.1. 스마트폰에서

필자는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였다. 인스타그램은 안드로이드에서도 필수 어플리케이션이 아니므로, 유튜브에 비해 더욱 쉽게 삭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유튜브에 비해 삭제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친구 및 지인들과의 주된 연락 통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토리를 통해 일상과 소식을 공유하거나, 학생회 및 동아리 등의 공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전화번호 대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연락처로서 교환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으로 안다. 이 탓에, 인스타그램 삭제는 단기적으로 FOMO(Fear Of Missing Out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이미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 서비스가 아닌, 사회적 매체(Social Media) 서비스로 전락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친구 및 지인들과의 상호작용보다는, 인플루언서나 기업의 게시글 및 광고를 노출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이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둘째, 셋째 글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따라서, 필자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유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또한, 주변 친구들에게 '함께 인스타그램 대신 다른—사회적 연결망—서비스를 사용하여 연락하자'고 설득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되, 시크릿 브라우저로 로그인하여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a) 앱이 설치되어 있다면, 홈화면에서 릴스에 접근하기 위해 두 단계(앱 버튼 클릭, 릴스 탭 클릭)가 필요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다섯 단계 이상(브라우저 클릭, 시크릿 모드 클릭, 인스타그램 주소 입력, 아이디 패스워드 입력, 로그인 버튼 클릭)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비스 접근이 훨씬 불편해진다. (b) 또한, 하루에 몇 번 정도 친구의 소식과 DM을 확인하거나, 학생회 공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앱을 설치할 유인이 적어져, 장기적인 격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웹에서는 스토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둘째, 셋째 글에서 비판할 것이다.)


3.2.2. PC에서

PC에서는 메인 브라우저에 로그인해두지 않고, 게스트 브라우저나 시크릿 브라우저 창을 열어, 필요할 때마다 잠깐 로그인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PC 웹에서는 게시물을 업로드할 수 있으므로, 필자는 촬영한 필름 사진을 올리기 위해 종종 이 방법을 사용해 인스타그램에 접근한다.


3.3. X(구 트위터)

기존에는 모바일과 PC 모두에서 앱을 설치하지 않고 웹으로 로그인해 사용하였다. 하지만, X는 한번 접속하면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성질이 숏폼 영상 못지않게 강하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X는 글 기반의 SNS이기 때문에, '그래도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고 있다' 라는 지적 안도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X에서 제공되는 글들은 짧고 영양가 없는 글들이 대부분이며—물론 영어 칼럼들을 번역, 요약하여 공유해 주시는 Journey님처럼 유용한 계정이 몇몇 존재하긴 한다.— 추천 알고리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유튜브, 인스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계정을 삭제하여 접근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X에서 중요한 사회적 교류를 이어나가거나, 창작자의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관조하거나 RT를 하는 입장에 있다면, X 계정을 삭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4. 결론

유휴 시간마다 숏폼을 시청하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나 의지 박약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적 본능과 이를 공략한 빅테크의 앱 설계 때문임을 밝혔다. 또한, 숏폼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청을 그만둘 수 있는 실질적(a)이고 장기적(b)인 방법을 SNS와 사용 환경에 따라 각각 제시하였다. 제시한 방법들은 모두 필자 본인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방법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에 따라 각자 성향과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완전히 동일하게 따라하기보다는, '실질적이고 장기적으로' 숏폼 시청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고민해보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가장 세부적인 것의 보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