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13년 3월 15일
어제 곤히 자고 있는데 새벽녘에 아주 희미하게 "엄마..." 하고 나를 부르는 랄라의 음성이 들렸다. 랄라와 내가 잠든 곳을 가로막고 있는 겹겹의 벽을 넘어 들려오던 랄라의 목소리. 그건 랄라가 악몽을 꾸어서 지른 외마디의 비명이 아닌 분명 잠결에 "엄마..."라고 부른 지극히 랄라다운 평소의 목소리 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잠든 랄라를 찾아갔다. "랄라야..." 랄라는 침대에 누워 "엄마. 내 이불이 바닥에 떨어졌어요."라고 말했다. 랄라가 방금 전에 분명 "엄마"를 불렀고, 난 자다가 환청을 들은 것이 아니었음이 확인되는 순간. 침대 밑에 떨어진 이불을 주워 아이에게 포근히 덮어준 뒤, 잠든 랄라를 한 번 안아주고 이마에 입맞춤해주었다. "이제 엄마가 이불 덮어줬으니까 따뜻할 거야. 랄라야. 잘 자."
그렇게 아이의 방문을 닫고 우리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있는데 정신이 맑아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란 도대체 뭘까? 모성애라는 것. 그건 도대체 뭘까?' 난 진지하게 엄마라는 신비로운 존재에 대하여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나는 결코 잠을 뒤척이거나,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잠을 정말 잘- -- 잔다. 그래서 스톰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누우면 바로 깊은 잠에 빠지는 나의 숙면이다. 그리고 일단 잠이 들면 아무리 큰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꿈도 잘 꾸는 나는, 매일 밤 또 다른 세상을 꿈에서 만나는 경험을 온전히 즐기며 산다.
그런 내가 오로지 한 가지 소리에만 민감한 반응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랄라의 목소리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십 년 동안, 나는 마치 랄라의 목소리만을 필터로 걸러내는 것처럼 그렇게 선명히 랄라의 울음, 랄라의 칭얼거림, 랄라의 잠꼬대, 랄라의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모두 듣고, 그에 반응하고, 잠이 깨고, 아이를 확인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경험을 수없이 반복해 왔다.
조금 전의 기억을 되짚어보다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잠결에 "엄마..." 하고 부르는 랄라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건 내 오른쪽 귀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소리가 내 귀를 통해 전해지는 순간, 내 심장이 뛰고, 명치끝을 바늘로 콕 찔린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는 기억이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난 지금껏 랄라의 목소리를 귀로 듣고 이 모든 연쇄 반응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를 깊은 잠으로부터 깨우고, 나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랄라가 있는 곳으로 걷게 한 자극의 근원은 청각이 아니라 나의 가슴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엄마라는 신비로운 존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