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그래도 아파트가 좀 더 좋은 세 가지 이유

by 베로니카



귀차니스트다. 손에 꼽을 수 있을거다. 그리고 나는 아파트를 좋아한다. 단독도 좋아하지만 아파트를 조금 더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쓰고자 함이니 단독 덕후님들께서는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누가 닭장 같은 데서 대충 만든 아파트에 꾸역거리고 들어가 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h형 낯가림 짱 귀차니스트에겐 아파트가 최고다. 나는 사람이 가장 살기 편한 동선을 가장 최적의 입지에 전략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아파트라고 생각한다. 세 가지로 정리를 해보겠다. 여기에서는 환금성은 다루지 않는다. 나는 실거주 자니까.


첫째, 아파트는 계획적인 건축물이다. 오로지 사람의 생활을 목적으로 한다. 아파트는 충동적이지 않다. 충동적인 인간들에게 최소한, 이것은 이렇게 갖추고 살 수 있도록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아파트를 설명할 때 주로 닭장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아파트는 모든 시설이 중간 이상은 가게끔 만들어졌다. 경험해 봤을 때, 시골의 새로 생긴 빌라에서 2년 정도 거주했다. 예쁘고 넓고 다 좋았는데 콘센트의 위치와 수납장이 아쉬웠다. 그리고 뭔가 공간 활용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사로 들어와서 느꼈다. 관사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도 온도 유지에 더 좋았고 다양한 것들이 '편리함'에 잘 맞춰져 있었다. 아파트는 오랫동안 전략적이었다.


둘째, 전략적인 건축물은 귀차니스트나 바삐스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다. 현관문만 탁하고 잠그면 되는 보안성과. 높은 층에서 즐기는 하늘 뷰. 그리고 내 동선을 미리 체크한 것 같은 수납장. 난방과 전기. 창의 위치. 인근 인프라. 관리실의 위치나 쓰레기장 위치까지. 모든 것이 '편의' 우선이다. 정수기나 식세기를 놓아야 할 곳에 콘센트가 딱딱. 뒤돌면 바로 선반이 있어서 이것저것 놓기에 좋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을 두기에 적합하고, 공간 활용이 잘 되어있다. 찾기도 쉽고 두기도 쉽고, 정리하기도 편리하게 해 놓았다. 바쁘거나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셋째, 기본적인 안정성이 확보된다. 천 세대가 넘는 대형단지부터 몇 백 가구의 중소형 단지가 있다. 한 동이 있어도 최소 30세대는 넘는다. 물론 나와는 잘 안 맞는 이웃을 만날 확률도 높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이 함께 살기 때문에 시골에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조금의 안전함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집단지성도 발휘할 수 있고, 나쁘게는 군중심리에 휩쓸릴 수도 있지만 함께라는 것은 괜찮은 것이다. 물론 다른 안전한 마을도 많지만 면적 대비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파트가 압도적이니까.


하지만 아파트는 돈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 평당 가격을 생각하면 굉장히 기분이 나빠진다. 왜인지 사기당한 것 같고. 너무 비싼 것 같고, 층간소음도 감수해야 하고. 그러나 H형 인간인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아파트가 생활을 획일화시킨 것일까? 오히려 아파트가 사람을 더 연구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건축이나 설계도 다 사람이 하는 거니까. 단독은 모든 것이 내 위주로 구성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독을 지으면서도 빼놓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건축설계를 통해 진행해야 할 거다. 그런데 아파트는 개인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니즈를 고려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뭐 하나 빼놓을 수 없을 거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지어 비싼 값에 팔아야 하다 보니,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배치 만으로도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는 거다. 집에 덜 신경 쓰고 싶지만 편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만한 주거공간이 없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주거공간이 있다. 자기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사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살다 보니 아파트가 좋은 사람은 아파트를 사들여 투자를 해보는 걸 테고. 단독이 좋은 사람들은 본인 스타일에 맞는 건물을 올리는 것일 테고. 단독과 아파트는 주식을 할 때 트레이더이냐 인베스터냐 같은 개인적 성향에 더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둘은 대조 대상이 될 수 없다.


끝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 가격이 좀 더 쌌으면 좋겠다. 아파트는 확실히 자유시장경제 영역에 가까워졌다. 입지와 일조량, 층수, 방향에 맞춰서 같은 단지 아파트도 천지차이가 난다. 물론 정부는 실거주자의 수요를 위협하는 투기꾼을 잡는 쪽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꼭 성공해야 할 정책들이다.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한 곳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말이다.


결론은 곧 엘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글을 써봤다. 이사 준비를 위해 엘베 없는 관사와 엘베 있는 고층아파트를 계속 왔다 갔다 한 1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라는 것은 꽤 똑똑한 건축물이란 생각이 들어서 글을 써보았다. 엘리베이터 있는 적당한 층수의 뷰 좋은 아파트가 최고다. 우리 집 앞에 펼쳐질 산 뷰를 보면서 사계절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구나. 빨리 가자 그곳으로. 좋아요가 많으면 랜선 집들이를 할까 말까 고민해봐야겠다 움 하하 핫. 편한 것을 추구하는 적당히 성실한 귀차니스트의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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