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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Oct 10. 2021

나는 초등학교 선생님: 고3

첫째니까 교대 가

<첫째니까 교대 가>


용돈이 없는 고3이었다. 석식을 안먹고 친구들과 떡볶이에 볶음밥을 먹으러 나가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보니 점점 친구와의 관계에서 벽을 치곤 했다. 낭만 하나 있었다면 ‘내게 오는 길’로 스타가 된 성시경 오빠가 고려대 인문학부에 다닌다는 것. 책상에 ‘고려대 인문학부’ 가자고 써 놓았다. 성시경 오빠와 청강 한번 정도 하고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어려운 집안형편, 1남 3녀의 장녀에게 우아한 학문은 사치였다. 은근슬쩍 고려대학교 사범대로 책상 글자를 바꿨다. 그러나 그 해 9월, 마지막 모의고사 결과를 본 고3 담임선생님은 말했다. “경기도에 있는 이름 들어본 대학은 갈 수 있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두달 뒤 본 수능이 대박이 나버렸다(아주 잘본건 아니고 어려운 과목에서 안망했다는 정도). 사범대를 당당히 외치는 나에게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집안 형편 생각해서 교대 가.” 역시 1남 3녀의 장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강남에서 논술 1타강사가 되어 빠르게 돈을 벌고 은퇴한 뒤에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열아홉살의 야무진 꿈은 이렇게 끝이 났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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