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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25. 2022

화 많은 사회

지방러의 눈으로 본 서울의 모습

"문 열어주세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기사는 거울을 힐끗 보곤 아랑곳 않고 출발했다.


"아저씨  내린다구요!"


이번엔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날아왔다. 김서린 창문에 기대어 선잠을 자던 승객들도 깼다. 하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떨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른 후에야 기사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미리 말을 해야지! 남들 내릴   한거야!"


문이 열림과 동시에 버스에 가득하던 온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차가운 정적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한 사람의 온기만 나갔는데 더 큰 한기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버스는 조용하다. 나를 포함해 어느 누구하나 이 일에 반응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보거나 창밖만 보고 있다. 마치 창밖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기라도 한 듯이.


그날 퇴근길에도 어떤 할아버지가 버스 기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과거에 자신도 버스를 몰았다는 말과 함께.


화 많은 도시, 서울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며 바라본 서울은 "화 많은 도시"였다. 사람들은 예민했고, 마치 누군가 나를 자극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젠 익숙해졌다. 그래서 무서워졌다.


그렇게 낯설었던 서울에서 수년을 살았다. 처음엔 어색하던 것들이 이젠 익숙해졌다. 그래서 무서워졌다. 처음 상경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누군가 옆에서 소리를 질러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내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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