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자신은 없네요

by RAMJI

내년 여름이 오면 17년 된 우리 집에 돌아간다. 몇 년 전 그 집에 살았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안방 웃풍이 심해서 아이 잠자리를 텐트 안에 넣어주곤 했었다. 주방이 좁은데 소형 식기세척기를 들였더니 싱크대 위에 도마 놓고 칼질할 자리도 없었다. 그리고… 싱크대나 화장실 타일 색이 고동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아무리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다지만 그래도 고동색은 너무 하잖아. 그래, 집을 고치자.


그 집에 처음 살게 되었을 때 생각이 난다. 도배를 하고 거실과 안방에 커튼을 달기로 했다. 먼저 벽지를 고르러 갔다. 무난하다고 생각해서 흰색으로 하려고 하니 도배 사장님이 흰색은 안된다고 했다. 나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회색빛이 도는 벽지를 선택했다. 사장님에 따르면 그걸 발라놓으면 흰색 같은 느낌이 들 거라고 했다. 사장님 말이 맞겠거니 했다.


이제 커튼 차례다. 동대문 상가까지 갔다. 암막 커튼을 하겠다, 거실에는 흰색 속지 커튼을 추가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갔는데, 색상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크림색과 아이보리색과 베이지색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두꺼운 샘플북 앞에서 멘붕에 빠졌다가, 결국 사장님이 권하는 대로 거실은 베이지 계열, 안방은 진청색과 회색 두 가지를 섞어 쓰기로 했다.


집 계약 일정에 맞추어 도배를 하고, 이사를 하고, 커튼을 설치했다. 내가 고른 것이 한자라에 모였을 때의 그 당혹스러움을 나는 잊지 못한다. 거실 한쪽 벽에는 누르스름한 가죽 느낌의 합성수지 벽이 텔레비전 자리 뒤로 붙어 있었고, 그 아래로는 허리 높이로 크림색 웨인스코팅 몰딩이 되어 있었다. 그런 공간에 내가 회색 벽지를 발라놓았다. 내 막눈으로도 안 어울린다는 것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벽지를 흰색으로 고집했으면 나았을 텐데.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나의 시행착오는 계속되었다. 원목인데도 가격이 거렴한 편이라 한샘 그로브 식탁을 들여놓았는데 이상하게 거실 마루 바닥과 어울리지 않았다. 촌스러웠다. 지금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식탁의 톤과 마룻바닥의 톤이 달라서 그런 것이겠지 짐작만 할 뿐 대책은 모른다. 솔직히 ‘톤’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기에 마음의 부담이 크다. 밀리의 서재에 들어가 ‘인테리어’ 검색어를 넣어 딸려 나오는 책들을 몇 권 훑어보았다.


북유럽 사람이 쓴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의 기본>은 추천받은 책인데 나에게는 좀 어려웠고, 한국인 저자가 쓴 책(아래)은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책들이었는데 보고 나면 막막함이 더 커졌다. 저 정도의 열정은 없는데 내가 감히 어떻게 하나 싶은…

- 진짜 셀프 인테리어 42 Project

- 인테리어 원 북

-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나 같은 생초보에게는 일본인 저자가 쓴 아래 책 두 권이 괜찮았다. 이해가 쉽고 해 보자는 용기도 주었다.

- 따라만 해도 성공 보장 20가지 인테리어 법칙

- 내추럴 빈티지 인테리어


여러 조언이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새긴 건 이거다.

- 색상은 세 가지면 된다.

- 바닥과 벽 60%

- 가구와 커튼 35%

- 소품 등의 포인트 5%

- 시선이 가는 곳에 식물, 그림 등으로 힘을 주자.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찌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보기에 예쁜 집보다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이 반영된 집을 실용적으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