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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Jul 15. 2018

#045_너무 아픈 사랑_류근

[0715] #045 너무 아픈 사랑 by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창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이별을 노래하는 시를 옮겨쓰려 자리를 잡으니

평소에도 집사 껌딱지 동수씨가 딱 붙어앉는다.

동수 핑계라도 댈까 싶지만 동수가 기대나 안 기대나 매 한가지인 내 글씨


그와중에 다 쓴 시 앞에 고개숙인 동수는 너무도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고양이같군.
#1일1시 #100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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