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장롱면허라는 것이 있다.
정식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명칭이다. 취득한 이후 운전을 해 볼 경험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운전면허를 말하는 것이다.
비록 '면허'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따놓고 사용하지 않은 자격증이 많다.
그 대표적인 자격증이 상담 또는 심리 관련 자격증이다.
2016년 가을. 당시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려 했다. 제2의 인생을 찾아 줄 수 있는 일. 내가 돈을 벌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다녔다.
첫 번째는 웹툰작가가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상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웹툰작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문화센터에 다녔다. 그림을 제대로 하려면 데생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에서였다. 두 달째 되었을 때 강의는 폐강이 되어버렸다. 다시 학원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을 때 상담심리 대학원 접수가 시작되었고 어떤 힘에 이끌려 대학원 입학지원서를 쓰고 결국 합격이 되었다.
2017년부터 2020년 졸업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자격증 취득에 전력을 다해 노력했던 것 같다. 대학원 수업은 물론 각종 교육과 학회 세미나 참석, 2년간의 심리상담소 인턴 생활, 1년간의 임상심리사 수련과정 등등 다 거치고 상담심리학회 자격증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임상심리사 2급, 직업상담사 2급을 모두 졸업 전 취득했다.
상담을 배우기 위해 소요된 비용이 중형차 한 대를 뽑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 지금 상담을 하고 있느냐?
그동안 프리랜서로 개인상담을 몇 번 진행하고 40만 원 정도 벌어들인 것이 나의 총수익이었다.
상담업계는 뒤로하고 그 모든 자격증을 장롱에 잘 모셔두었다. 현재 2016년에 그만두려고 했던 일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대학원 졸업 하는 시기는 2020년 코로나시국이었고 집에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가끔 저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생각하면 다른 것을 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심리상담이란 것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으로 내가 상담을 할수록 새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슈퍼비전(supervision)이다. 상담자가 한 명의 내담자를 받고 20회 정도 상당을 한다면 못해도 1~2번 정도는 전문가급에게 슈퍼비전을 받게 된다. 상담이란 사람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잘못된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경험에만 비추어 다른 사람을 상담할 수 없는 것이다. 보통 상담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슈퍼비전을 받는데 이것이 회당 못해도 15만 원~20만 원 정도 한다.
MMPI, TCI, 로샤 같은 심리검사에 대한 지식을 이해함은 물론 끝없는 자기 분석과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각종 이론에 대한 심리서적을 독파하고 내담자별 새로운 상담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 건의 상담을 진행한다 해도 상담자에게 크게 수익이 돌아오는 것이 없는 현실이다.
보통의 상담자 입장에서도 돈이 되기 어렵고 내담자의 경우에도 비용 지불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상담하는 것이다.
내담자 입장으로 본다 해도, 50분 정도 혼자 말을 하고 회당 5만 원 10만 원을 상담자에게 지불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돈이라면 친구랑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 마시고 회포를 풀며 직장상사가 XX라는 욕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내담자 입장에서는 또 상담사들이 무리한 지시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했는데 갑자기 ‘호흡을 하라 ‘고 한다던지 나는 부모님 때문에 정말 힘이던데 자신은 이해해주지 않고 ‘부모님은 그럴만한 상황이실 거야.‘라고 말을 한다던지. 아니면 상담사가 원하는 의도된 방향대로 진행하려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런 부분은 상담사가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속인이나 사주, 타로를 보고는 몇 만 원씩 턱턱 내면서도 상담사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아깝다고 느낀다. 상담 1회에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무속, 사주, 타로를 펌하하지 않는다. 한때 무속에 돈을 꽤 썼었고 사주도 배워보려 했었다. 그리고 타로카드는 꽤 능숙하고 잘 다루게 되어 상담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
가끔 드는 생각이다. 심리학 이론 안에 갇히지 말고 모든 방법을 활용해서라도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탈 이론을 하게 된다면 심리상담계의 질타를 받을 것이고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상담을 제대로 자리 잡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담의 명칭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학교에 가서도 상담, 부동산에서도 상담, 하다못해 A/S 센터에서도 상담을 한다. '심리상담'이란 뜻을 가진 영어의 뜻은 '카운슬링'이라고 명확히 되어있다. '상담'과 '심리상담'이 명확하게 구분이 돼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렵다면 '상담가'라는 명칭은 심리상담자에게만 쓸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카운슬링 [counseling] 심리적인 문제나 고민 따위가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
심리 상담 [心理相談]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정신적 불건강ㆍ사회 부적응 따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는 상담.
상담(相談) 어떤 일을 서로 의논하거나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의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