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릴 용기가 만들어낸 문장들

아웃사이더지만 괜찮아 7

by Rani Ko


국민학교 6학년 시절을 떠올리면, 그해는 제 안에 잠자고 있던 글쓰기의 감각이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찬란한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는 맞춤법이 틀릴까 봐 늘 몸을 움츠리던 소심한 아이였으니까요. 글 한 줄을 쓰기 위해 엄마에게 몇 번씩 확인을 받거나, 옆에 국어사전을 두툼하게 끼고 있어야만 겨우 숙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진선생님’**이라는 커다란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4학년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맞춤법을 조금 틀려도 괜찮다며, 언제나 제 글의 ‘내용’과 ‘진심’을 먼저 보아 주셨습니다.


“얘야, 한글을 50년 넘게 써 온 나도 아직 맞춤법이 완벽하지 않단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되고, 틀린 건 알고 넘어가면 그뿐이야.”

선생님은 글을 쓸 때 틀릴 것을 미리 걱정하느라 멈추지 말라고, 일단 써 내려가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써 내려가는 행위 그 자체라는 사실을, 어린 저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신 분이었습니다. 그 1년의 경험은 제 삶의 방향을 조용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열한 살 이후, 제 안에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으니까요.

지금도 종종 주변에서는 말합니다.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릴까 봐, 혹시라도 비웃음을 살까 봐 글쓰기가 너무 어렵고 무섭다고요. 하지만 조금 틀리면 어떻습니까. 우리는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기계가 아니라, 실수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인간인걸요.

쓰다 보면 흔들릴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쓰고자 하는 진심, 문장이 향하는 다정한 방향, 그리고 작가가 세상에 건네고 싶은 주제 의식이 아닐까요. 기술은 부족하면 배워가면 됩니다. 마음만은 미리 접지 않아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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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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