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장 빨리 마를까? 바람 좋은 한낮에 내놓은 빨래? 달궈진 인덕션을 닦던 행주? 과자를 사달라고 울던 아이가 손에 넣고 그친 눈물?
나는 고마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쉽게 말라버리는 건 스스로에게 행복하지 못한 일인데. 마르고 건조한 마음에 늘 산불을 일으키는 것은 고마운 마음이 아닌 섭섭한 마음.
일부러 기록해둘 것은 그리고 곱씹을 것은 고마움이다.
그것이 값비싼 환약 한 알보다 나를 더 기운 나게 할 것이다.
고마움을 잊지 말자. 그것이 도리라는 둥 그런 말은 하지 말자. 그것은 순전 나를 위한 것이다. 쉽게 지치고 일상에 모지라지기 쉬운, 수분이 부족한 나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