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 사유 그리고 애정의 비평: 배형민 지음
배형민 교수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 비평가라고 할 수 있다. 서율시립대학교 교수로 활동하시면서 베니스 비엔날레 등 다양한 전시 큐레이팅을 진행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건축학도의 필독서로 불리웠던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이 복간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형민 교수님이 최근에 출간하신 '건축 너머 비평 너머'라는 책이 있다고 하여 구입하여 읽어보았다.
사실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본격적인 '비평'이라는 것은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 않다. 아니,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할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살아남기에도 각박한 현실 속에서 그 건축작업에 대한 심도깊은 관찰과 분석, 비평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화려한 몸짓과 현란한 사진,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를 스쳐지나가는 어렴풋한 인상들이 건축계를 지배하고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건물을 실사와 혼동될 정도의 렌더링으로 뽑아내고, 더욱 나아가 몇 마디 스크립트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AI의 시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건축비평'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저자는 13명의 건축가들의 작업들을 훑으면서, 그들의 생각과 철학, 태도들을 분석하고 나름의 해석을 이야기한다. 각 건축가들에 대한 내용은 15~20페이지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다. 그렇기에 각 건축가들의 전체경력을 통사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그가 주목했고 비교적 최근작이라고 생각되는 2~3개의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말과 얼굴 / 사유와 감각 / 텍토닉스 이다. 비평의 대상이 되는 각 건축가의 특징과 작업방식에 따라 구분지은 듯 보인다. 글을 자주 쓰고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던 민현식과 유걸 등은 1장에, 영민한 사유와 세련되고 날카로운 감각을 보여줬던 김승회, 최욱, 임재용, 최문규, 조민석 등을 2장에, 구축의 방식에서 새로움을 보여주었던 이정훈, 조병수, 조남호 등을 3장에 배치하였다.
저자는 각 건축가들에게서 나름의 키워드를 도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비평을 전개해나간다. 승효상 건축가는 사유, 최문규 건축가는 보이지 않는 건축 , 조병수 건축가는 기물, 조민석 건축가는 시간을 키워드로 각자의 건축 작업들을 분석해나간다.
책의 내용은 그렇게 쉽지 않다. 어렵다. 저자가 그 동안 상당히 심도깊은 비평글, 책들을 많이 써온데다, 건축책 특유의 '독자들이 이미 이 정도 지식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접근들이 많기 때문에 읽어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어려운 단어들도 자주 등장한다. 나도 한 챕터를 2번씩 읽으면서 넘어갔는데도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비록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건축계를 완전히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과, 그것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국건축과 건축가들의 노력과 가능성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한국 건축에 대한 제대로 된 비평글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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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OPEN STUDIO ARCHITECTURE
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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