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넘어 영어 달인이 되기 위한 시골공무원의 고분 분투기
아주 오래전부터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왠지 원어민과 능숙하게 대화하고 뉴스도 잘 알아먹고, 원서도 읽고 미국 상황을 알리는 뉴스를 자유자재로 듣는다는 건 나의 오래된 로망이었다.
하지만 시골에서 공무원 생활하다 보면 아무래도 삶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직장과 집은 차로 10분 거리로 주변에 자기 계발을 위한 영어회화학원 하나 없고 주변에도 영어에 열중인 사람을 볼 수 없기에 영어 공부한다고 하면 대뜸 돌아오는 말이 '얻다 써먹어?'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어따 써묵지? 써묵을데도 없는 영어를 머리 아프게 하느니 그냥 하루하루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고 오래오래 사는 것이 최상의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시중에 발간된 책을 보면 공무원이고 주부인 여성들이 취미로 영어를 해서 토익을 800 이상 또는 만점을 맞았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취미로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보통 취미라고 하면 독서, 영화감상 특기라고 하면 운동, 뜨개질 등등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영어라는 것이 취미나 특기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어느 날 동료 하나가 공무원들만 가는 10개월짜리 영어교육을 가게 되었는데 토익을 어느 정도 맞고 2차로 영어 인터뷰를 통과해서 갔다는 것이다. 덤으로 교육기간 중 한 달간 미국에서 연수도 있고 2주간 유럽으로 정책연수도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공무원 생활에 있어서 최대의 기회이자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일로부터 10개월간 해방될 수 있는 최대의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일도 25년 넘게 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도 받아본 적도 없고 업무 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라 나는 당장 영어교육을 가고자 하는 의욕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토익이 문제였다. 시골에서 혼자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자신과의 긴 싸움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머리도 굳은 상태였다. 그래도 꿈만같은 10개월짜리 교육은 가야 했다. 정말 토익점수가 발표되고 실망하며 한 6개월 이상을 정신없이 보내고 어떻게 겨우겨우 해서 토익 상한선을 넘고 겨우겨우 운 좋게 영어 인터뷰도 합격하게 되었다. 정말 내 실력이라기보다는 운이 더 강하게 작용했었다고 지금까지 믿고 있다.
그렇게 10개월간의 교육에 합격해서 매일 국제이슈 및 국내 이슈들에 대한 공부, 영어공부, 글로벌한 시대에 공직자로서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짜여져 있었다. 시골에서는 거의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국적의 원어민 강사분들과 자연스럽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기회였다. 과연 내가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을지 그분들의 말을 알아먹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는데 배움의 효과는 엄청났다. 그 외에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유명인들도 강사로 오셨다. 정체되어 있던 나의 마인드도 한층 고양시켰던 양질의 교육이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즉 UGA로 한 달간 어학연수도 가게 되어 그곳에서 미국 유학생이 된 기분으로 수업도 들었었고, 9월엔 유럽(스페인,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으로 간 정책연수는 영원히 잊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미국은 아주 오래전 내 나이 30살에 LA 등지에 일주일 정도 연수 아닌 연수를 다녀온 게 전부였고 19년이 지나서 이렇게 다시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찌 되었건 한 치 앞도 잘 모르는 게 인생이고 또 계획한 데로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거라 어찌 되었건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애써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50이 넘어서 갑자기 영어공부를 하게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육의 기회를 얻었다는 게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나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작년 한 해의 추억으로 앞으로 남은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교육을 통해 부여받은 영어 동기는 또 다른 추진력을 낳게 했다. 지역 영어방송에 청취차 참여를 통해 30분짜리 보이는 라디오 방송 출연을 하게 되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출연한 방송을 지금도 볼 수 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졌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50이 넘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경이롭고 새로울 뿐이다.
어떤 교육 동기는 교육이 끝난 후 영어를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난 이제부터 본격적 시작이다. 영어에 대한 갈증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토익 900 이상 취득하는 게 나의 최종 목표이다.
매일 직장생활 틈틈이 퇴근 후 집에 와서 영어뉴스를 듣고 미드를 보고 전화영어를 하고 원서를 읽지만 난 지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퇴직할 때쯤이면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잘하지 않을까 한다. 영어구사 하나는 공무원 생활에서 확실히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할 것이다. 토익 성적을 900 이상 맞는 건 조만간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그게 달성되면 그다음 단계로 영어 스피치 대회에 도전할 것이다. 나이 때문에 뭔가를 포기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난 앞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다.
#나도 작가다 공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