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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잡지에 실렸다

by Grace Mar 11. 2025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오래전 한참 유행했던 단어이다. 그땐 서둘러 전에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했다. 성공을 거뒀거나 성공을 향해 가는 저자들의 책에서 늘 묻는 말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정해두고 그것을 하나씩 이루어가는 삶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가. 그래서 한때 나의 버킷리스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떠오르는 건 세계여행 가기, 책 100권 읽기, 다이어트하기, 영어공부하기 이런 버킷리스트 중에 과연 이게 이루어질까 아니 이루어지지 않을지언정 버킷리스트에 넣어둔다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하는 바람의 버킷리스트가 일기장 어디 한구석에 적혀둔 채로 고 문서처럼 남아있을 수 있다.


그것 중 하나는 바로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작가가 되어 내 책이 시중에 나오는 상상을 해봤다. 결국 버킷리스트의 바람대로 브런치 작가는 되었다. 하지만 출간작가는 아니다. 내가 쓴 글을 브런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에는 시간제한이 없었던 것인가. 어느 날 출판사로부터 내 브런치글을 보고 연락이 왔다. 잡지에 실릴 글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것 또한 우연 중의 우연의 순간이다. 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던가. 내 이름으로 된 글이 전통 있는 잡지에 실리다니. 반신반의하면서 스위스 여행기를 보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러니깐 최근 잡지사로부터 내 글이 실린 잡지를 우편으로 받았고 며칠 후 소정의 원고료가 통장에 입금되었다. 미미하지만 나의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아닐까 했다. 나와 같이 3월분 잡지에 글을 실은 저자들도 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자리를 잡은 사람들 같아 보였다. 그들과 함께 잡지에 이름을 올린 게 개인적으로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한때 개인적인 나의 목표, 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과정의 그 그윽한 과거의 순간들이 스치고 지나가니 가슴속 깊은 곳 가운데서 뜨거운 응어리가 올라왔다. 그 분노의 양상을 띤 덩어리들은 과거의 기억과 동시에 끓어오른다. 한참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즈음이었고 브런치를 시작할 즈음일 수도 있다.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나 같은 사람들도 작가처럼 자기 글을 이렇게 올릴 수 있게 된 세상이 오게 되었고 더불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소식을 나만 알고 있을 순 없었다. 나의 브런치는 암암리에 널리 퍼져갔지만 아군뿐 아니라 적군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 걸까. 그 여파는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에세이 잡지에 실린 글을 브런치를 통해서만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들은 늘 타인의 잘된 점은 축소하거나 알려하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것만 부정적으로 포장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나의 글이 월간 에세이 잡지에 실린 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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