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말했다.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이 문장을 만났고, 난 곧 주문처럼 이 문장을 외우게 된다. 단순히 좋아서, 이 뜻의 중요성을 이해했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기 위해, 계속 읊조리고 쓰고 전했다. 그렇게 내게 상투적인 문구가 되어갈 무렵, 나는 다시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패션과 지속가능성에 한참 몰두하며 글을 썼던 시기로부터 6년이 지난 뒤였다. 그때 내 관심사 중 지속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소 뒤쳐져 있던 편이었다.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를 처음 알아갈 땐 충격의 연속이다. 웬만한 중공업도 맞먹는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과 에너지 사용량, 거대한 산만큼 쌓여 있는 옷 무덤, 분홍색 파란색 검은색으로 염색된 강들… 수치와 비율과 사진들을 보면서 위기감을 잔뜩 느꼈고, 그래서 나만 알 수 없다는 마음에 열심히 글을 썼다. 일상생활에서 노력하기도 했다. 새 옷을 사지 않았고, 자꾸만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중고거래 어플을 열었고, 거기서조차 정말 사야 하는 옷인지 열댓번씩 고민하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옷은 많이 사지 않는다.
그러나 예전만큼의 날카롭고 곤두선 관심은 사그라든 상태였다. 패션 산업의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콘텐츠에서는 익숙한 숫자가 반복됐고, 처음에 충격이었던 일은 다섯 번째, 여섯 번째로 마주치면서 딱히 놀라울 일도 아니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무력감, 나태함도 있었다. 소비는 최대한으로 자제하고 있다. 우리 함께 경각심을 가지자는 말도 나름대로 글도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주변에 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탄소와 물 사용과 벌목과 수질 오염과 토양 오염 등등의 여러 카테고리를 한번씩 훑고 나니 더 이어가기 힘들었다. 계속해서 행동을 유도하는 듯한 대화를 시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죄책감을 자극하고,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으로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그때 나의 관심사가 다양성 쪽으로 이동하면서 인종과 젠더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데 재미를 붙였고, 자연스레 지속가능성에 관한 글은 중단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글을 꾸준히 보고 있었다. 지속가능성은 우리가 눈앞에 당면한 주제이자 위기이므로, 하루에 누군가는 패션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검색했고 내 글을 읽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에 관련된 또 다른 글을 쓰거나 영상을 만들었고, 이렇게 서로 주고받은 영향이 돌고 돌아 다시 내게 도착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상 한 켠으로 치워두었지만, 그럴 수 있을 만한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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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배우로 유명한 제인 폰다(Jame Fonda)는 기후 위기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지금 당장 집이 불에 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 맞다고. 지금처럼 행동해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우린 지금 모두가 모든 일을 멈추고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토의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않은 게 기이할 정도다. 나조차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심지어 글로 정리하고 알리려 했으면서도 당장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나태하게 굴었다. 어느 정도 글을 쓴 다음에는, 최대한 옷을 사지 않으려는 노력 외에는 별다른 실천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교수님께 옷을 세탁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자주, 고온으로 세탁을 한다는 말씀이었다. 옷은 그렇게까지 자주 고온으로 세탁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옷을 오래 잘 입으려면 그런 세탁은 지양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때마침 미세플라스틱을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했다. 우리가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배출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일을.
나는 많이 자주 고온으로 세탁하는 편이었다. 아니, 사실 고온인 줄도 몰랐다. 대충 ‘표준’에 맞춰 돌렸으니까. 표준 세탁 시 온도는 40도. 고온이 맞았다. 교수님은 20도 설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찬물로 돌리거나 최대 30도로 세탁한다고 하셨다. 교수님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피복관리학 수업을 들으셨던 게 두고두고 도움이 되신다고 한다. 그런 교수님의 말씀이시니, 아니 의상학과 교수님의 말씀이시니 교수님의 세탁 조언은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가.
나는 옷을 어떻게 빨래하고 보관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지속가능성은 수치와 비율과 사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질문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 대한 사소한 조언이 결국 세상을 기후 위기로부터 한 발짝 멀어지도록 돕는 제언이 될 것이다.
적게 사고, 잘 골라서, 오래 입는 것. 나는 이것을 잘 실천하고 고민해보고 있었나? 무수히 읊조렸지만 얼마나 제대로 씹어서 삼키고 소화했나? 안 사고 안 고르고 오래 입어보려 노력해오고 있지만, 유혹에 못 이겨 사버린 옷은 적게 샀을지언정 잘 고른 옷은 아니었고, 오래 입으려 해도 오래 입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옷을 적게 사려고 다짐해온 이후로 유행이 지난 옷들을 스타일링하는 데 재미를 붙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리는 옷들은 거의 없지만, 촉감이 까칠까칠하다거나 넥라인이 금방 늘어나버렸다거나 하는 옷들은 오래 입기 쉽지 않았다.
적게 사고, 잘 골라서, 오래 입는 것. 나는 이 방법을 탐구해야 했다. 어떻게 적게 사고, 어떻게 잘 고르고, 어떻게 오래 입을 수 있는지 찾아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