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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착각하고 있는 게 더 좋았을지도

기분 좋은 착각의 힘

by 북극곰

작년 하반기부터 헬스 PT를 받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마른 비만이던 나의 목표는 꾸준한 PT를 통해 체지방률 감소였다. 돼지체지방율 부럽지 않은 나의 체지방율은 32%로 내장지방이 높고 근육은 적은 체형이다.

처음 PT를 시작할 때의 목표는 5개월간 5% 체지방율 낮추기였다. 그렇게 일이 바쁘고 몸이 피곤해서 주 2회는 꾸준히 PT를 받으며 근력운동에 집중했다. 3개월 정도 꾸준히 운동하니 처음보다 힘도 늘고 몸도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연말에 건강검진을 받는데, 체지방율이 27%로 3개월 전보다 5%가 빠진 게 아닌가. 세상에. 운동의 효과가 이렇게나 빠르다고?!


나는 근 10년간 운알못으로 체지방율 30%대를 유지했던 마른 비만인데,,, 고작 3개월 만에 체지방율이 27%(정상범주)에 들어오다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PT 받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그래서 나는 내친김에 주 3회 이상 PT를 받으며 연말 연초를 불태웠다. 주말은 물론 크리스마스이브날도, 신정 새해날에도 열심히 헬스장에서 땀을 흘렸다. 그래도 지치기보단 힘이 나고 설레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근육이 늘었을까!

그리고 그 셀렘을 직접 확인해 보고자 헬스장에서 다시 인바디를 재보는데, 어랏?! 체지방율 31%..?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가 빠진 거였다…?!


PT선생님께 문의해 보니, 인바디 기기마다 측정값이 다를 수 있고, 공복이냐 운동직후냐 등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금세 체지방율이 낮아지고 근육이 붙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니 더 이상 헬스가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게 몇 달 운동해도 고작 1%인걸.. 이런 생각에..) 아아 그냥 좀 더 착각 속에 빠져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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