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너머: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온도의 기술

by Peter Kim

우리는 흔히 사람을 움직일 때(또는 스스로에게도) '당근'을 줄지 '채찍'을 휘두를지 고민하곤 하죠. 맛있는 걸 입에 넣어주거나, 매서운 소리로 겁을 주거나. 그런데 사실 이 두 방법은 모두 상대를 '내 뜻대로 굴복시키겠다'는 욕망에서 시작됩니다.



어릴 적 읽은 햇님과 바람의 내기를 한번 떠올려볼까요? 바람은 무식하게 힘으로 몰아붙였습니다. 결과는? 상대의 방어 기제만 풀가동시켰죠. 단추를 꽉 잠그게 만든 건 바로 바람의 공격이었습니다.



반면 햇님은 어땠나요? 햇님은 "옷 좀 벗어줄래?"라고 사정하지도, "안 벗으면 혼난다"고 협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주변의 '온도'를 슬며시 올렸을 뿐이죠. 여기서 핵심은 햇님이 착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외투를 입고 있는 것이 손해인 상황'을 완벽하게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상대는 "아우, 더워! 내가 벗고 싶어서 벗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옷을 던졌겠지만, 사실 그건 햇님이 짜놓은 치밀한 판 위에서 놀아난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무서운 방법은 강요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는 게 가장 이득이다'라고 믿게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죠. 내가 원하는 방향이 상대방의 자발적인 선택이 되도록 판을 짜는 기술, 그것이 진짜 고수의 '온도 조절'입니다.



당신은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혹은 자신에게 무작정 거센 바람만 불어대며 왜 단추를 안 푸느냐고 화를 내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면 영리하게 온도를 높여 상대가(또는 자신이) 스스로 외투를 벗는게 유리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만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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