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첼로 공연을 했다.

반주자가 있는 무반주첼로조곡

by 리딩누크

공연은 아니었다.

아니다 공연은 맞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한 연주니 공연은 맞다.


주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바흐의 무반주조곡을 연주했다. 내가 골랐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단지 레슨을 받고 있던 곡이 무반주였기 때문이다. 매우 수동적인 선택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능동적인 나의 의지도 들어가 있긴 했다. 어려운 곡을 하면 더 연습을 많이 하겠지. 실력이 더 향상되겠지.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며 나는 공연을 앞두고 또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바쁜 걸 떠나 아예 첼로연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해외출장. 매일 같이 새벽까지 일을 하니 활을 들어볼 새도 없었다. 이러다 공연은 할 수 있는 걸까.


저 연습 못할 거 같아요 선생님. 출장이 생겼어요.

우리 리딩누크님은 조수미 선생님만큼이나 바빠요~~ 해외순회공연하다가 내한공연 빼는 거 같아~

제발 나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하고 싶었다. 선생님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눈치챌무렵 선생님의 안도의 한마디. 그래도 리딩누크님은 집중력은 좋아요. 그쵸?


이번에는 게다가 금요일 공연이었다. 공연은 갈 수나 있을까. 연습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공연에 올맀다. 당일도 회사에 가야 했다. 오후 반차를 쓰기로 했는데 갑자기 세시에 미팅을 한단다…


상사분께 사실을 털어놓았다. 제가 첼로공연이 아니 재롱잔치가 있습니다. 이번 미팅에는 다른 직원이 기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래서 우리 남편이 너는 참 용기가 대단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그래도 칼을 뺐으니 무는 썰어야 한다. 나는 무를 써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고 선생님의 반주에 맞추어 연주했다.


공연은 정말 엉망징창이었고 마지막엔 아이고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첼로가 고정도 안되었고 내 연주는 말할것도 없다. 그러나 선생님의 열정적인 반주에 무난히 넘어갔지만. 어쨌거나 뭔가 퀘스트를 하나 깬 거 같아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공연 전 선생님은 나를 이렇게 소개해주셨다.

너무너무 바빠서 연습도 잘 못하지만 열정만은 누구보다 크다며. 열정‘만’ 보라며. 뜨끔했다.


꼭 나의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일침을 놓는 것 같기도 했다. 엉망징창이지만 열정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시간에 쫓기는 워킹맘.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니다. 잘은 아니지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대신 이번 나의 반주가 있는 무반주곡처럼. 나의 조력자들과 함께. 무조건 지지해주는 (첼로 빼고) 나의 남편. 나의 아들.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 동료들. 그래 앞으로도 이것도 저것도 다 해봐야겠다. 나의 반주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