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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 Feb 12. 2020

팔삭둥이의 두상이 예쁜 이유

고백 아닌 고백을 하자면, 나는 팔삭둥이다. 이놈의 성질머리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건지 갑갑했는지 몰라도, 남들은 꼬박 열 달을 채우고 나오는 엄마 배를 한 달 반이나 일찍 두들기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가 아직 나올 때라고 생각도 못 한 엄마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아마 식사를 하던 중이랬나.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길질 시작한 잘난 아드님 탓에 산부인과로 급히 달려가 출산했다.


이 예상 못 한 출산이 부모님께서 결혼하고 얼추 열 달만의 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의혹의 눈총을 꽤 받았다고. 엄마와 아빠는 그 시대 기준으로 꽤 늦은 시기에 만났다. 하니 만나고서 두세 달만에 결혼식을 치를 때에 이미 적지 않은 의혹의 눈초리가 있었을 텐데, 결혼하고 열 달만에 내가 태어난 걸 보고서 그 의혹의 눈초리가 얼마나 불거졌을지는, 보지 않고 듣지 않은 나라도 상상할 수 있었다.


심지어 칠삭, 팔삭, 구삭둥이에 대해서는 썩이나 좋지 못한 속설까지 있음에야. 엄마 뱃속에서 커야 할 시기에 먼저 바깥공기를 마시고 덜 자란 탓에 신체나 정신이 조금 미숙하지 않겠느냐 하는, 그런 속설이. 그러니 내가 처음 났을 때, 엄마의 고생은 비단 육체적인 부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엄마를 둘러싼 주변의 유쾌하지 않은 시선, 어쩌면 어디가 불편하게 난 것은 아닐까 싶은 아들 걱정까지. 정말 쉽지 않았지 싶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어떻게 보든 아들이 뱃속에서 난동을 부리든, 엄마의 출산 후 계획은 창창했다. 심지어 아이를 낳은 그 순간부터. 엄마가 나를 낳고 처음 한 일은 내 얼굴을 본 것이고, 그다음은 바로 나를 뒤집어 눕힌 것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가 천장을 보고 누우면 아직 무른 뒤통수가 편평해지고, 두상이 못나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엄마가 나를 바닥이 보게 눕히고서, 바닥과 닿는 볼을 번갈아 눕혔다는 말이다.


그렇게 얼굴을 번갈아가며 눕힌 덕인지, 여덟 달 반 만에 난 아들은 뒷머리가 둥글둥글하게 자리 잡았다. 뱃속에서 예상보다 일찍 난 일도 그냥 제 성격 탓이라는 듯, 건강 역시 어떤 문제없이 잘 자라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디가 덜 자랐지 않았을까 걱정에 나를 인큐베이터에 넣었는데 웬걸,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너무 건강해서 더 있을 필요가 없다며 하루 만에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신생아실로 갔다고.


그러니 주변의 시선과 건강 염려를 딛고서 잘 나와준 아들이 얼마나 소중했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가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후로도 여러, 정말 여러 사건을 딛고도 서른 해가 지나는 동안 대단히 큰 탈은 없이 자랐으니, 이럭저럭 괜찮은 아들 구실은 하고 있다고 나름 자평해본다. 더불어 뒤통수가 지금까지도 둥글둥글하게 봐줄 만한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우리 아들’이 잘 자라기를 바란 엄마의 정성 덕분이리라.

illustration by B. 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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