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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작가

술 냄새 밴 사랑이래도 사랑인 것을

by 투명서재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한시영 작가


- 술 냄새 밴 사랑이래도 사랑인 것을



한줄평 : 알콜의존 어머니의 딸로 살아온 치열한 기록


죽이고 싶은 엄마에게

저자 한시영

출판 달

발매 2025. 4. 7.



100자평


죽이고 싶을만큼 사랑했던 엄마 영숙씨,

시영이라는 아이의 ‘이영숙 죽어라, 죽어라‘가

‘엄마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이었음을 책을 읽고 알았다.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엄마에 대한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음을.


엄마가 딸곁에 끝까지 함께하려했고

딸도 엄마를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한

그 자체가 사랑이었다.



안녕하세요! 김세정입니다.

이주 전쯤 아주 반가운 소식을 받았어요.

제가 기다리던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책이 4월 7일에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한시영 작가의 브런치 글 중 '그해 여름 오이지냉국'을 읽고 반했습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어머니와 함께한 27년의 시간을 펼쳐 생생하게 엄마를 사랑했던 부분과 죽이고 싶었던 찰나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첫번째로 든 생각은 어떻게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없이 해체할 수 있을까? 놀라웠고요.


엄청난 충격과도 같은 직면을 견딘다는 건 웬만큼 마음이 단단하지 않고는 어렵거든요.


두번째로는 이렇게 담담하게 쓰기까지 어머니 상실 후 10년 동안 마치 소가 되새김질하듯 기억을 떠올리고 글쓰고 눈물 흘리고 다시 글을 고쳤을 그녀가 상상되었어요.


이 책은 그녀의 글에 대한 정성이 한 글자, 한 글자에 새겨져 있어요. 롤러코스터 같았던 모녀간의 '정확한 사랑' 이야기를 이웃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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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yan Mcguire, 출처 OGQ




이 책을 읽고

어머니가 술과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블루스를 추듯,

'시영'이라는 아이도 어머니의 기나긴 고통과 함께했구나 싶었습니다.


그 고통 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아이임에도

엄마를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세상의 많은 불의를 참아보려 애쓰고,

어머니의 언행으로 인해

학교에서 눈치가 보이지만

눈을 돌리고 무감각해지려 했을 아이,


어머니의 음주 주기에 따라

기분이 날아갈듯 하다,

다시 취한 엄마를 보며

실망감을 어쩌지 못하는 아이,

어머니가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는

희망 고문에 빠지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그 고문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엄마에게 기대하려 하지 않지만 종국에는 기대하는,

엄마와 같이 살고 싶지만 함께 살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이 모든 기대와 절망의 시소타기를 반복하다 진이 빠져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 술, 나로 연결된

고통의 덩어리 속을 헤집고 들어가

함께 몸부림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결국 이게 사랑이었구나

로 깨닫게 되는 이 뜨거운 기록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무리 마음이 허전해도,

외로움으로 술에 기대도,

내 딸만큼은 잘 키우고 싶었음을.


내 딸은 "자고 나면 예쁘고

자고 나면 예쁘고"를

되뇌일 정도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음을.


딸의 어린 시절 자신의 다정한 눈빛, 따뜻한 손길, 맛깔스러운 음식 안에

어떻게든 찐한 사랑을 담고 싶었음을.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했던

눈물겨운 노력은

역설적으로 내 딸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으셨을까?


어머니도, 한시영 작가에게도,

살아내느라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느라

애쓰셨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소개

한시영 : 1989년생. 회사에서는 노동자로, 집에서는 두 아이의 양육자로, 남는 시간에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삽니다.


한시영(지은이)의 말

평생 이토록 정확하게 사랑하고 선명하게 미워한 이가 있을까.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는, 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엄마. 우리는 훌륭하게 어울리는 사이였고 불화하는 파트너였으며 환자와 보호자였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떠난 엄마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을 끄집어내 필사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녀와의 시간을 복기하고 복원하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쓰고 나니 부족한 언어로 그녀를 쉽게 단정지은 것은 아닌지 겁이 납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그녀가 삶을 사랑하고 그녀만의 방식대로 살아갔던 모습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 밑줄 그은 문장들


살갗과 내장이 부패할 틈도 없이 뜨거운 불길로 사라진 엄마지만, 엄마는 저를 떠나지 않았어요. 저는 절 둘러싼 모든 문장에서 엄마를 읽어낼 수 있어요. 빨간 크레파스로 엄마에게 죽으라고 했기에 엄마를 떠나지 못하는 주술이 제게 걸린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빨간 크레파스」 중에서



‘엄마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이전의 물음은 이제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엄마라는 역할을 해낼 수 있었을까’로 전환된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산다는 것이 때론 두렵고 불안해서 술로 도피했을 그 마음. 이젠 이해하려 애쓰거나 일부러 밀어내려 애쓰지 않는다. 전해져오는 그 마음을 그대로 느껴볼 뿐이다.

「그해 여름 오이지냉국」 중에서


또 한번 엄마를 사랑할 것이고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할 테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선택할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완벽이라고 확신해. 내게 한계였던 동시에 나의 잠재력이었던 나의 엄마. 나의 토대, 나의 기반.

「엄마의 사과 편지」 중에서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저라면 진즉 포기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끝까지 엄마에게 불려다녔잖아요. 분명 엄마와 좋았던 순간도 있었기에 그리하셨을 것 같은데, 글에 엄마와 좋았던 시간들을 쓰면 어땠을까요?"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저에 대한 배반 같아서요."(283쪽)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며 술에 취해 나와 할머니에게 과도를 들이대던 모습과 집에 노트북을 두고 출근한 내게 노트북을 전달하기 위해 슬리퍼만 신은 채로 서울역까지 온 그 모습을 나는 동시에 기억한다. 술을 먹고 ‘네 애비랑 너도 결국엔 똑같구나’라고 말하는 모습과 첫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할 때 유선염으로 고생하던 날 위해 채소 반찬을 신경쓰며 밥을 차리던 모습을 나는 같이 기억한다. 그녀가 내게 남긴 비현실적인 삶의 감각.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엄마를 믿지 않을 수 없어서 괴로웠다. 그녀의 보살핌에는 불규칙한 공백들이 있었다. 하지만 듬성듬성이라도 내게 주어진, 양육자로서 그녀가 내게 남긴 편안했던 순간들 또한 분명 존재했다.”(284쪽)

「그 글은 저에 대한 배반이거든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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