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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May 20. 2024

도전은 늘 또 다른 성장을 낳는다.

어제의 눈물이 오늘의 환희로

2019년, 책 쓰기 수업을 듣고 싶었다.  근처에 없는지 찾아봤다. 인터넷 검색 해보니,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됐다. 직장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평일 저녁에 있었다. 주말에 진행되는 수업 있었지만 매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참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난감했다. 집에서부터 수업이 열리는 곳까지 넉넉잡아도  왕복 다섯 시간을 넘도록 운전해야 했다.


당장 지불해야 할 수업료 또한 문제였다.  몇 만 원짜리 수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떤 건 백만 원 단위도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관심 있었던 건 후자였다. 업에 꾸준히 참여하기만 하면 책 출간까지 평생 동안 무료 피드백을 해준다는 말에 마음이 솔깃해졌다.

한 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서까지 수업을 들어야 하나 싶었다. '할까, 말까..' 결제창을 열었 한 참을 망설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창을 았다.


 다시 원점이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며칠 전에도 밤늦게까지 고민만 하다가 비싼 수업료 핑계를 대며 포기했었는데, 오늘도 또 반복했다. 답답했다.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글 쓰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혼자 읽으며 책 구석에 남겨둔 수많은 메모가 생각났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 삶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등 등. 책의 문장에서 느낀 소감과 감정을 기록해 둔 흔적이었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누워 페이스북을 켰다. 그동안 누른 '좋아요' 때문이었는지 관련된 알고리즘을 타고 낯선 곳으로 흘러갔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내렸다. 그러다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우울증을 독서를 통해 극복했다는 설명과

'책으로 삶을 바꾸고 싶다면 눌러보세요!'라는 문구에 관심이 생겼다.


내용을 자세히 읽어봤다. 글을 올린 사람의 상황이 나와 비슷해 보였다. 평범한 직장이라는  의 주인공은, 입사 10년 차가 되었을 때 번아웃 증군을 겪었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했으나,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며 우울해했다. 결국 심한 우울증을 겪고, 직을 고민했다고 했다.

그랬던 그의 삶이 바뀌게 된 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였다. 병실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그에게 친구 한 명이 네준 책 몇 권이 그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도 어려움을 이겨내 성장을 이어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했다. 최고의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걸어가면 그뿐이라는 말 도 했다. 그가 바로 권민창 님이다.

게시물 마지막에는 독서로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의 문장과 어떤 고민도 상관없으니  언제든 DM을 남겨주라는 당부가 있었다.


신기했다. 진짜 이렇게 책을 읽고 사람이 바뀔 수 있는 건가 의심됐다. 직업도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  더 관심이 생겼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이상 고민은 사치였다. 늦은 밤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DM을 보냈다. '다음 날 이면 답장을 볼 수 있겠지?' 하며 기대감으로 잠을 청했다.


밤 잠을 설쳤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한 탓이다. 몇 번이나 울리는 알람을 간신히 껐다.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아직 어떤 알림도 없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스스로 위로하며 출근했다.


퇴근할 시간이 다 되어 알림이 울렸다. 곧바로 확인해 보니 작가님께 연락이 와있었다. 내가 먼저 보낸 연락이었지만, 설마 했다. 답장이 올 거라는 상상도 안 했다.

마침 작가님께서 있는 곳과 내가 사는 곳에서 운전하면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니 오늘 저녁 여덟 시 카페에서 차 한잔 하자는 답을 주셨다. 어젯밤 용기를 냈던 내가 대견스러웠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저지른 일의 결과가 오늘의 나에겐 선물이 됐다.


오늘 사는 게 힘들다고 고개까지 숙일 필요는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일지라도 그 끝은 눈부신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묵묵히 걸어가는 것. 내 주변을 밝힐 수 있을 만한 등을 하나씩 찾는 것. 그것이 독서다.

- 2019.10월. 원주-


권민창 작가님과의 첫 만남에서 독서를 하는 이유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나누다가 적어온 문장이다. 알고 보니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렸음에도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내 나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살아본 사람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쓴 책이 [좋은 질문은 해답과 같은 힘을 지닌 다]였다. 


나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는 만나자는 약속을 받아냈고, 책으로 변할 수 있는 삶의 노하우를 얻어왔다.

독서는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매 순간 읽는 것이라고도 했다. 단순히 손에 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모든 삶의 순간을 관찰하는 것 역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조급함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성격이 급한 탓에 욱하는 성질이 있던 나에게는 어러운 과제였다. 아침 일곱 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저녁 일곱 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나에게 여유란 사치였고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하루 한 페이지라도 좋으니 가지고 다니자.'

급한 성격을 바꾸는 데에도 독서가 어느 정도 도움된다는 말에 이번엔 작가님의 조언대로 매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출근 전엔 잠시 소파에 앉아 읽다가, 점심시간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10분, 20분 잠시 시간을 내어 읽기 이 시작했다.

중요한 사실은 단순히 읽기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저 멀리 밝은 내일을 위한 터널 일 뿐이라고 스스로 격려했다.


일주일, 내 삶과 독서 사이가 가까워지게 된 시간은 겨우 딱 일주일이었다. 말 그대로 물을 담아둔 제방이 무너지듯, 마음속 쌓여있었던 부정적인 생각과 걱정이 나에게서 빠져나갔다.

대신 읽을수록 긍정과 여유가 채워졌다. 한 권을 읽으니 다음 책을 찾기 시작했다. 열 권을 읽으니 독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백 권을 읽으니 독서 감상문과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20년도부터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도전이 있다. 온라인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에 등단하는 것. 그 도전이 24년도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4전 5기였다. 처음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땐 흥분되어 그날 도 밤잠을 설쳤다. 그동안 쓰 멈추기를 반복한 글을 하나 씨 퇴고해 올릴 생각이었다.


24년도 1월부터 4월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길면 길게 쓰고 짧으면 짧게 썼다. 중요한 건 매일 쓰며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

오늘의 성장은 어제의 내가 도전한 결과다.  내일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해 내가 할 일은 지금 도전하는 일이라는 걸 글 쓰기를 통해 깨닫고 있다.


불 빛 하나 터널을 걷는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그 길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대로 멈추어 서 있을 수 없다. 손을 더듬거리면서도 나아가야 한다. 그게 삶이다. 설령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것. 그것이 내 삶에 대한 태도다. 성장을 원한다면 넘어지기를 두려워 말자. 쉬지 않고 도전을 반복하자. 걸어야 터널의 끝에 다다를 수 있다. 그 곁에 책을 두어 불빛으로  삼는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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