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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니 May 19. 2021

12. 가사조사를 받을 때 주의할 점

흥분하지 않고 배우자 동반 가사조사 3회 치러내기

안녕하세요. 레니입니다.


그동안 심리적, 관계적인 부분에 대한 글들이 많았던 것 같아 오늘은 실용적인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법원에서 진행하는 가사조사 과정 및 신경 쓸 부분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 보통 법원에서는 가사조사라는 것을 진행합니다.

 

가사조사는 판사가 아니라 법원의 소속 공무원인 가사조사관이 별도의 법원 내 가사 조사실에서 배우자 두 명을 앞에 두고 진행을 합니다. 가사조사를 하는 목적은, 판사의 이혼소송 판단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가사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판사가 두 배우자의 모든 결혼생활 내용 및 결혼 파탄 경위, 양육 관련 입장, 재산 형성 과정 등을 긴 시간을 들여서 다 들을 수가 없으니, 이혼소송 판결에 앞서서 가사조사관이 가사조사를 실시하여 위의 내용들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사조사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가사조사관은 단순히 이혼의 양 당사자로부터 들은 사실관계만을 보고서에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조사관 나름대로의 판단을 보고서에 덧붙입니다. 이 판단을 판사가 참고하리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가사조사보고서 중 조사관의 판단 부분은 소송 당사자들이 열람할 수 없습니다. 가사조사에 충실히 임해서 조사관에게 좋은 인상을 줄수록 소송을 원만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지극히 합리적인 추측일 것입니다.


또한, 가사조사에는 변호사가 동반하지 않습니다. 소송 당사자들이 반드시 직접 참여해야 합니다.

변호사 없이 법원에 방문해야 하는 과정이니, 스스로 준비할 것들이 조금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총 1~3회의 가사조사를 잘 치러낼 수 있을까요?

(가사조사의 빈도는 조사관이 결정하며, 보통 아이가 있는 경우는 여러 회에 걸쳐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결혼생활과 관련한 사실관계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던 '이혼 이유서'를 다시 읽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나이, 학력, 직장, 소득, 건강상태 등)와, 배우자와 결혼하게 된 경위, 결혼생활 동안에 있었던 주요 갈등의 내용,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경위 등을 시기까지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미리 글로 작성해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새롭게 글을 작성하기가 어려우면, 예전에 작성했던 이혼 이유서 및 이혼소장을 다시 읽어보면서 마음속으로 침착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상대의 말에 대한 반론보다는 차분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과거 남편 혹은 아내였으나 이제는 법원에서 다투는 상대방인 배우자는, 소송 중 오랜만에 나란히 앉게 된 가사 조사관실에서 갖은 사실과 다른 중상모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의 말에 반론하는 데에 집중해서 나의 이야기를 흐트러뜨리지 마세요. 필요한 것만 짧게 반론하고, 가사조사관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가사조사의 목적은 배우자와 토론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가사조사관의 조사에 성실히 응해서 가사조사보고서에 내용이 잘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째, 조사시간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이 어떻게 보면 참 난관입니다. 배우자와 나란히 앉아야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데, 그 배우자가 옆에서 나를 오히려 유책배우자로 몰아가거나 여러 억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도 침착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조사관실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서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조사관에게 성격이 다혈질이고 불 같다는 나쁜 인상만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혼소송은 가장 사적인 문제이지만, 때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일하러 나왔다고 생각하고, 감정보다는 일에 집중하자는 태도로 가사조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째, 이건 부차적이지만, 가사조사가 끝나면 꼭 끼니를 든든히 챙겨 먹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병이 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가사조사는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가사조사가 한번 진행되면 보통 2~3시간을 꼬박 배우자와 나란히 앉아서 질문에 대답하게 됩니다. 이것을 3회 한다고 치면, 길면 거의 10시간을 배우자와 나란히 앉아 조사를 받는 것입니다.


혼자 조사를 받아도 힘든 시간인데, 가장 나를 괴롭게 한 상대와 한 공간에서, 들을수록 충격과 상처가 되는 말들을 고스란히 방패막이도 없이 귀로 들으며, 조사를 꼬박 받는 것입니다.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느껴지는 것보다 몸과 정신은 훨씬 더 많이 번아웃이 됩니다.


조사가 끝나면 좋은 음식으로 든든히 챙겨 먹고, 오늘 하루 고생한 나 자신을 격려하는 것은 가사조사에서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어차피 가사조사관이 전반적인 모든 사항을 균형적으로 질문하므로 내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하여 설명해야 할지 굳이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이혼소송에서 가장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하고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 성의를 다해 설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컨대, 양육권 친권 확보가 중요하다면 아이에게 좋은 양육자로서 제공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사전에 잘 생각해서 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가사조사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그동안 글 업로드가 많이 늦었던 것 같아 연달아 두 편을 올립니다.


무덤덤해지려 해도 참 힘든 과정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저의 하루하루에서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적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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