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바람을 부치는 법

부채와 수박, 그리고 여름

오늘 하루, 잘 보내셨나요?

밖은 무덥고, 안은 에어컨 바람으로 차가웠던 여름의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햇살은 지고, 마음도 함께 시원해지는 시간입니다.

여름밤이라는 건 참 신기합니다.
낮엔 그렇게 뜨겁더니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어디선가 바람이 살짝 들어오고,
벌레 소리 하나에도 어쩐지 여름이구나 싶고요.


저는 오늘 저녁, 부채 하나를 꺼냈습니다.

예전에 한 행사에서 받은 둥근 전통 부채인데,
살짝 바스락대는 소리와 함께 흰색 한지 결이 손끝에 느껴지는 게 좋았어요.
전기가 없어도 생기는 바람에 마음도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부채’라는 말,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부채는 본래 ‘부치는 채’,
즉, 바람을 부치는 도구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이 말이 줄어 ‘부채’가 되었고, 한자어로는 ‘선자(扇子)’라고 부르죠.

부채를 만드는 장인은 이 한자 이름을 따서 ‘선자장(扇子匠)’이라 불립니다.

*선자장 더 자세히 알아보기(국가유산청 홈페이지)


전통 부채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접부채[摺扇]와 둥근 모양의 방구부채[方扇].
조선시대엔 선비들이 주로 접부채를 품에 넣고 다녔고, 여인들은 손에 방구부채를 들고 다녔다고 해요.

작고 단순해 보이는 부채 하나에도 오랜 기술과 미감 그리고 계절의 감각이 켜켜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옛날 단오 무렵이면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더위를 무사히 잘 보내라는 뜻을 담아 부채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건넸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더우니까 아이스커피 쿠폰 하나 보낼게!” 하는 따뜻한 메시지 같달까요?

그렇게 부채는 실용품을 넘어 정성과 교감이 오가는 문화의 매개체였고,

하나의 작은 예술품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여름을 작은 무언가로 건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채 한 자루의 바람처럼

혹은 수박 한 조각의 시원함처럼요.


그래서 오늘 밤 수박도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박 × 여름밤의 낭만.
여름밤엔 역시 수박 한 입!
그 달콤하고 시원한 첫 입이 주는 그 기분
그건 다른 계절에선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기쁨 아닐까요?


부채와 수박.

계절의 선물처럼 다가오는 것.
둘 다 내 여름을 온전히 여름답게 만들어줍니다.

전통은 때로 거창하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어떤 날엔 부채 한 자루의 바람으로

어떤 날엔 수박 한 조각의 미소로
오늘도 그렇게 여름을 지납니다.

숨 고르듯 부채질하듯
잠들기 전 그 짧은 틈에 조용히 인사를 전해요.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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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전통문화

전통이 낯설지 않도록 오늘에 이어지는 이롭고 가치있는 전통문화의 일상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