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시우 Oct 26. 2021

26년 전 그날

세대 간 이질성을 느꼈던

 참 오래된 일이다.

 1995년 3월, 제대가 반년도 남지 않았던 26년 전 군생활에 느꼈던 생각. 당시 '월간 한국인'에 투고한 적이 있었는데, 책장을 정리하던 중 반갑게도 나를 다시 맞아주었다.

 당시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갈등과 염려 그리고 희망이 교차하는 건 여전한 듯 보인다.



햄버거와 피자 선호하는 신세대 장병

 나의 근무지가 경찰청 산하 신병교육대 면회실인지라 교육생을 면회오는 어린 꼬마에서부터 나이 지긋하신 노인분들까지 여러 부류의 면회객을 접하게 된다. 예전엔 면회 올 때 집에서 씨암탉도 잡고 김밥도 말고 떡도 해와서 동기들과 나누어 먹고 위로의 말들을 많이 나누곤 했는데 이젠 그러한 광경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돼버린 느낌이다.


 제각기 생활에 바빠진 현대 사회 신세대들의 여파가 군 내부까지 미치는 듯싶다. 

 김밥과 떡 대신 햄버거니 피자니 하는 그런 류의 패스트푸드가 면회실 테이블 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한 번은 노인 한 분이 손주를 보실 양으로 시골에서 양손 가득히 보따리를 들고 올라오셨다. 얼른 뛰어나가 보따리를 받아 들고 자리를 안내해 드렸다.  조금 후엔 청년 서넛이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을 들고 올라왔다.

 할머님은 손주사랑이 가득 담긴 보따리를, 청년들은 패스트푸드를, 이걸 보고 있노라니 새삼스레 느껴지는 게 있다. 물론 요즘 시대가 초스피드 시대니 일회용 시대니 하고 또 식성대로 먹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과연 정성으로 준비한 할머니의 손맛과 청년들의 패스트푸드 중에 우리 군인들은 무얼 선택할까?     




다시 읽어보니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노력했던 정직한 글 같다.  

26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감성은 그대로인데 너무 빠른 속도로 변모하는 세상살이는 지금도 부대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흔한 말, 사.랑.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