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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Apr 07. 2023

깻잎 투쟁기-3

이주노동과 ESG경영

    앞서 두 편의 글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는지와 고용허가제 때문에 어떤 문제점이 발생되는지도 살펴보았다. 또한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부족한 농촌 일손을 더 싼 값에 공급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제도를 바꾸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와 농촌 노동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그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일정 부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이해한다고 해서 그래도 된다는 건 아니다)  이 쉽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든 피해 가려는 정부의 노력은 잘 알겠지만, 이 문제는 외면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ESG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23년에 ESG 시장의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공급망 실사’에 관한 것일 것이다.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619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11014540420960

2023년 1월 1일 자로 독일에서 ‘공급망실사법(Supply Chain Act)’이 발효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공급망에 대해서 광범위한 실사 의무를 지게 되었다. 이 법은 기업의 법률적 형태, 해당 업종 또는 산업에 상관없이 종업원 수 3,000명 이상인 약 900개 기업에 대해 적용되며, 대상 기업은 2024년 종업원 수 1,000명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도 독일에 설립한 지사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3,000명 이상인 경우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 법에 따라 기업은 아동노동, 현대판 노예제, 강제노동 등 11가지 유형의 인권침해와 환경에 대해 실사를 해야 하며, 공급망실사와 관련된 내용을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독일뿐만이 아니다. 이미 프랑스는 2017년 ‘실천감독의무법’을 통해 ‘유엔 기업과 인원 이행원칙(UNGPs)’의 인권실사를 법제화했고, EU는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를 통해서 자신은 물론 전 공급망에 걸쳐 인권 및 환경에 관한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는 절차를 규정화하고 실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인권정책기본법’이 정부와 국회에 의해서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에서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런 법이나 규제들은 기업에 대한 것이다. 현재의 영세한 국내 농가들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런 법들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해서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 조항들이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광범위한 인권 실사 및 인권 규정을 우리 농가들이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2020년 12월, 캄보디아에서 온 속헹 씨가 가건물에서 사망한 후에 우리 정부는 21년부터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 대한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다. 또한 우리 법에도 노동자의 숙소는 일정 수준의 시설을 갖추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법과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아직 개선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가건물에 이주노동자들은 살고 있고, 실태조사는 되지 않고 있다.

창문도 화장실도 없는 외국인 비닐숙소…실태 파악 안돼(https://v.daum.net/v/20230309213550120?f=p)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결국 그 책임은 첫 번째로 우리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특히나 국내에서 일할 이주노동자를 선별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이 우리 정부인 상황에서 제도 개선과 감독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강화되고 있는 ESG규제와 그에 따른 공급망 실사에 대한 규제들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이 완전히 어둡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강화된 공급망 실사 의무 때문에 기업들은 강제노동이나 아동노동, 지역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업체들을 공급망에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공급망에서 인권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개선이 되지 않을 시에는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기업 역시 인권침해에 동조하는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펩시코 같은 기업들은 인권 실사 문제가 생긴 공급망과의 거래를 끊고 있다.

펩시코, 공급망 인권 실사 문제 터지자 거래 중단하기로 결정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6101)

아울러 월마트 같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기업도 공급망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 듯 하지만 롯데마트도 인권경영 정책을 공표를 하면서 공급망에 대한 관리를 시작하고 있다.

월마트(https://corporate.walmart.com/esgreport/social/people-in-supply-chains)

롯데마트 인권경영 정책(https://www.lotteshoppingir.com/esg/esg_06.jsp)


    ESG경영은 단순히 환경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값을 매기자는 움직임이다. 지속가능하게 말이다. 환경이면 환경, 인권이면 인권,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제품의 생산과 공급 속에 있는 이런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게 바로 ESG경영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급망에 대한 관리 수준이 높아진다면 우리나라 농촌에서의 이주노동자 문제도 어느 정도는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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