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간 속 조명 1
회사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성수동이 있다. 디자인 회사 위치가 새로운 컨셉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소 근처라는 것은 지리적 매력과 더불어 큰 강점이 되기도 한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잠시 시간을 내어 걸어가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그만한 동네가 없고, 가끔 고객과 성수동 카페에 앉아 설계 디테일을 소소하게 나누다 보면 해결 과제에 대한 고민이 새롭게 환기되기도 한다. 퇴근길 지인들과 만나는 저녁 모임 역시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올해 초, 식사 대접할 일이 생겨 건축 설계를 하는 후배와 성수동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그녀가 추천한 카페로 이동 중이었다. 그녀의 리뷰 설명에 의하면 그곳은 일반 커피숍과는 조금 다르게 직원이 직접 테이블로 찾아와 원두 설명과 함께 고객의 커피 선호도에 따른 커피를 추천해 주는 곳이라 하였다. 모처럼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겠구나 기대하며 그녀를 따라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천장에 매달려 카페 천장을 은은히 비추고 있는 할로겐램프를 발견했다.
‘앗, 저 램프. 할로겐. 실화?’
잘못 본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빈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본 조명이 진짜 할로겐램프가 맞는지 확인해 보았다. 틀림없는 할로겐램프였다. 게다가 몇 안 되는 할로겐램프로 공간의 아늑한 분위기를 담당하며 메인 조명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문한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직원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보는 저 조명이 할로겐램프가 맞나요?”
“아, 네. 할로겐램프 맞아요. 카페 공사 시작부터 저 램프를 써 보자고 계획했었거든요.”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여러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빛이 너무 예뻐서 시공은 했으나 수명이 짧아 전구 교체 시기가 빠르고 램프가 뜨거워서 여름에 불편하고 냉방비 등 전등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며 여러 애로사항을 이야기하였다. 그래도 세심하게 고민하여 시공한 전구를 알아보는 분이 있다는 게 반갑다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할로겐 조명은 요즘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 중 몇몇 사람들은 ‘우리 집 거실과 주방에 할로겐램프가 그렇게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수가 알고 있는 ‘할로겐’ 조명은 모두 LED 조명일 가능성이 높다.
적절한 간격을 주어 공간 장식에 사용되는 원형 램프 중에 지름이 작은 3인치, 2인치 매입등을 할로겐램프라고 많이 알고 있는데 정확한 표현은 LED 원형 매입등이다. 이렇게 불린 이유는 MR16 할로겐전구 모양이 원형 LED 매입등과 비슷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공 현장에서 ‘할로겐’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램프의 종류에는 크게 백열등, 형광등, LED로 나뉘는데 할로겐램프(Halogen Lamp)는 필라멘트를 가열하여 빛을 내는 백열등 형식으로 빛 반사가 유난히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공간의 조도를 확보하는 확산형 조명과는 다르게 Spotlight 형태의 집중형 램프이며 물체를 비추었을 때 물체의 색재현력(CRI)이 매우 뛰어나 재질감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존하는 램프 중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현하는 램프는 할로겐램프이다.
그럼 어디서 이 아름다운 램프를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일상 속에서 할로겐램프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보석상의 보석 진열대나 미술관 전시품 조명, 상업공간의 전시 부스 등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현재 건축 및 인테리어 산업에서는 친환경 건축과 고효율 램프들을 선호하고 있어 대부분의 전등이 LED 조명이다.
가끔 할로겐램프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일본 여행 중 도쿄 시내 한 융드립 카페에서 할로겐 전등을 발견한 적이 있다. Bar seating 좌석 위에 부분 조명으로 매달려 있었는데, 숨은 보물 찾은 듯 매우 반가워 작고 반짝이는 할로겐 빛을 사진으로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이유로 성수동 로스터리 카페의 할로겐 조명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란. 카페 운영진들의 조명 안목과 관리의 성실함이 왠지 커피에 대한 진정성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나름의 분석을 바탕으로 몽글몽글 모나지 않은 맛난 커피를 경험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혹 이 글을 읽고 조명과 할로겐램프에 관심이 생긴다면 당신은 공간 속 어디서든 조명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조명 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순간. 공간을 다시 재해석하는 새로운 안목이 펼쳐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