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 이미자, 남진, 나훈아,
이 대가(大歌)들의 느낌을 하나 하나 다 실어놓은 듯
하지만 이들을 모두 벗어나 강문경이 부르면 그냥 다 강문경의 노래가 되는 듯
재즈인 듯, 파두인 듯, 판소리인 듯, 정선의 아라리인 듯, 그렇게도 이렇게도 아무렇게도 다 통하는 듯
스카치에도 와인에도 소주에도 막걸리에도 어울리는 듯
음을 서서히 따라가는 언어의 마디 마디가 감옥같은 통사적 의미 구조를 벗어나 어느 오후 불어오는 비바람결에 우수수 공중으로 헝클어지는 벚꽃잎처럼 흩날리는 듯
저 멀리 아득히 우리 원시 감성의 시원에서 흘러나와 정읍사(井邑詞)골짜기를 돌고 돌아 가시리, 판소리, 시나위 강물을 타고 유유히 내려와 그에게 폭포처럼 강렬하게 내린 듯
대음희성(大音希聲)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 듯 하다"는 의미인데
"~않는 듯 하다"에 방점이 있다
광대무변한 천지코스몰러지를 울리는 자연의 소리가 우리 인식의 한계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을 지적한 노자의 역설(paradox)이다
강문경의 노래의 울림은 그 두꺼운 한계를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흔들며 산을 넘어가듯 소풍가듯 그저 자유자연스럽다
가사면 가사, 곡조면 곡조, 음색이면 음색, 몸짓이면 몸짓, 긴장과 이완의 강약 밸런스 이 모두가 하나되어 강문경이 부르나 어느새 무대속에 강문경의 아이덴터티(identity)는 사라지고 형언 못할 울림만 남는 듯
그런 점에서 가수가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서 노래부르다 죽겠다는 말은 진정이 아니다
가수는 무대에 설 때마다 죽어야 그때서야 노래가 사는 법이다
가수는 사라지고 노래만 남아 있는 무대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도 이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