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들과 한 인생의 첫 여행, 벨기에

단순했지만 진한 기억 von 5.5 bis 5.8

by 강록펠러
외국 친구들이 판단해줬던 계획성


나에게 벨기에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단순하다, 아직도 그 매력포인트는 못 찾겠다. 유럽에 나오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라도 아니었고 실제 가서도 큰 임팩트로 다가오지 않았어서이다.


다만, 교환학생 시절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해봤던 여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부여가 되긴 한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교환학생이 총 6명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 독일인이었다. 교환학생 생활의 마지막 날, 그 여섯 명이 한 자리에 모여서 녹음기를 틀어놓고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해준 일이 있다. 꽤나 개개인에 대한 객관적인, 한국인의 시야도 끼지 않고 과거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은 나눈 그 대화에서 내 계획하는 스킬에 대해 칭찬을 받은 그 이유가 된 여행지이기도 하다.


한국인과 함께 여행할 때든, 외국인과 함께 여행할 때든 인원이 많아지면 신경 쓸 거리들이 많아진다. 교통 편부터 숙소 등등.. 리더가 한 명쯤은 필요하다, 나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무언가가 진행될 때 리더로 나선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반장 부반장을 많이 맡았기도 했고 대학에 와서도 나름의 그룹장을 맡은 일이 많다. (고등학교 때는 뭐했더라) 그래서인지, 이 여행을 할 때도 누가 무엇을 맡아주고 어느 도시 여행지 계획을. 숙소를. 교통편을 알아봐 줄 것을 여행 계획이 세워질 때부터 리드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름의 직업병(?) 같으면서도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었다.


여행 시작 전, 각자의 역할분담을 시켜놓았던 메모장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할 것이 있었나 싶지만 그때 그렇게 역할 분담을 미리 해놓지 않았더라면 언어도 문화도 다른 그 아이들과 무난하게 여행을 잘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런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계획성이 외국 친구들에겐 신기했던 것 같다, 각종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보면서 교통 정보 가볼만한 장소 등을 빠른 시간에 찾아 계획해놓는 것을 보고 친구들은 한 여행, 어떻게 보면 작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계획할 수 있는지를 많이 배웠다고 했었다. 교환학생 마지막 날 밤을 새워가며 했던 대화에서 그 얘기를 해줬던 것이 기억난다.


쾰른부터 브루게까지

독일에서 벨기에를 넘어갈 때는 꼭 쾰른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쾰른을 거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브루게 까지 거쳐가는 것이었다. 쾰른 여행 계획은 멕시코 친구인 Nena alanis가 짜줬었다. 나중에 쾰른을 다시 가봐서도 느낀 것이지만 쾰른은 당일치기로 충분하고, 가봐야 할 곳, 도시의 메인 이미지 자체가 확실한 곳이다. 그 메인 이미지를 담당하는 것이 위 사진 속 두 가지 건축물이다. 독일에서 그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손에 꼽히는 쾰른 대성당과, 그 앞의 브리지.


어트랙션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공원에 누워있던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누워있는 나의 오른쪽은 멕시코 친구 Luiz Enrique, 그 앞은 Nena Alanis. 이름도 모르는 공원인데 굉장히 운치 있고 주말의 여유를 만끽했던 곳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이런 한적한 공원에서 잠시 한두 시간 쉬어가는 시간이야말로 여행에서 여유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꿀팁


소영화제가 진행 중이던 톤토 가비 정원
그랑플라스, 맥주의나라 아니랄까봐 밤되면 저 바닥에 앉아서 노상을 까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낮에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저녁 사진만 남아있는 브뤼셀. 아마 열심히 돌아다녀서 사진이 별로 안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브뤼셀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교환학생 친구들과 다 함께 일종의 내기 같은 것을 한 것이다. 벨기에에 도착하고, 친구들과 다 같이 했던 말은 벨기에는 남자도 잘 생겼고 여자도 이쁘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멕시코 친구 Nena가 제안했던 내기는 지나가는 벨기에 남자 또는 여자와 같이 사진 찍기 미션이었다, 가장 늦게 찍는 사람이 6명 전체에게 맥주 쏘기! 뭐 난 안 걸렸다 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귀엽게 생긴 사람이 누굴 기다리 듯이 서있길래 가서 뭐라 뭐라 변명을 해대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 사람은 벨기에 사람이 아니라 독일 사람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의 이득으로 위의 사진에서 처럼 소영화제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축제를 하는 장소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브뤼셀 여행 중에 숙소 앞에 마켓이 열려 있었고 여러 음식과 맥주를 팔고 있었다. 이런 걸 개이득 그때, 잠깐 다 같이 호수에 앉아있던 적이 있는데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남겨놓은 동영상이다.


FREE워킹투어 때 가이드 해준, 지금은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이 할아버지. 평일에는 학교 교장선생님이고 주말에는 가이드로 봉사한다는 이 할아버지의 야무진 가이드가 없었으면 브루게가 정말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되었을까 싶다. 보고 싶다 이 아저씨


브루게 메인스팟
지금도 벨기에 여행하면 떠오르는 이 그림, 사진

브루게는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된다. 숙소 없이 기차를 기다리던 우리를 백조 호수까지 데려다준, 브루게의 계획을 전체적으로 맡아서 짜줬었던 Luiz 덕이다 :) 눈 비비며 밤새고 있을 때 보았던 백조로 가득 찬 브루게의 풍경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저렇게 많은 백조들을 볼 수 있을까 싶다. FREE워킹 투어 때 들었던 말을 인용하면, 브루게는 원래 백조가 많기로 옛날부터 유명했고 그래서 시 자체에서 이 백조들을 관리한다.


사실 벨기에에 대한 이 포스팅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단순했던 기억만 나는데 글을 제대로 쓸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이렇게 글이 술술 써진 것으로 보아, 외국 친구들과 함께했던 이 첫 여행이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단순했던 여행지, 의미 부여할 거리 한 번 찾아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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