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벤처의 재택근무 1년 운용 경험담
안녕하세요? 호두잉글리시를 서비스하고 있는 에듀테크기업 호두랩스의 Min입니다.
저희 회사는 작년 초부터, 재택근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처음엔 저만 ㅋㅋㅋ) 가지고 1년이 넘게 재택근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요. 본의 아니게 맞이한 코로나 19 사태로, 그 정착이 강제 가속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재택근무에 대한 제 철학은 호두랩스를 창업하기 직전 4년간 실리콘벨리 기업의 한국 대표를 맡아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생겼습니다. 한국에 Boss가 없는 생활을 4년을 했는데, 그 4년을 제 직장 생활 전체 중에 제일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때 "아니, 태평양 건너에서도 사람을 이렇게 관리(쪼을 ^^)할 수 있는데, 왜 같은 나라 안에서, 그것도 세계에서 제일 좋은 통신망을 갖추고 있는데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결코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1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 배운 재택근무에 대한 호두랩스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시작이 좀 쌔~~~ 하죠? 하지만, 이 인식을 바로 수립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택근무 = 일을 덜해도 된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 성공적 운영에 매우 중요하거든요.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본질에 입각해 보면, 만약 경영자는 재택근무 = 비효율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 구성원들이 재택근무 = 일종의 복지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재택근무는 절대 성공할 수없습니다. 살펴보시면 아주 놀랍게도,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복지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너넨 재택근무도 있어??? 좋겠다~~~" 이런 멘트들이 대표적인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에는 그 목적에 따라, 생존형 재택근무, 효율 추구형 재택근무, 그리고 전략적 재택근무가 있습니다. (제가 만든 말이에요 ^^)
A. 생존형 재택근무; 비상상황에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계획 같은 거라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빌딩이 폐쇄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나, 사업을 존속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차원에서의 재택근무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 경우는 원래 100%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0%가 되어 기업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콜센터의 경우, 집에서 운영이 어렵다면, 최소한 안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들이 콜센터가 작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 상황에 의해, 온라인으로 응대만 가능하다 정도만 인식할 수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당연히 이럴 때는 집에 듀얼 모니터가 있어야 한다는 둥, 인체공학적 키보드가 있어야 한다는 둥의 요구는 해당되지 않고요. 이 재택근무의 목적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에서의 생존입니다.
B. 효율 추구형 재택근무; 호두랩스의 경우, 반차를 쓰는 날, 나머지 반차는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4시간 근무하자고, 지옥철을 견디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판단하기 때문인데요. 또, 개인이 집중해서 뽀개고 싶은 업무가 있을 때는 재택근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재택근무의 특징은 1) 목표가 명확 2) 목표를 달성하기에 재택이 더 유리 (애들과 개들이 주변에 뛰어다니는 환경은 당연히 불가) 3) 목표에 대해 구성원들이 공감해야 한다는 것으로, 강제적 재택이 아니라, 선택적 재택입니다. 사무실에서 업무효율이 훨씬 나오는 인원들에게 이런 재택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습니다. 이 재택이 바람직하게 시행되었을 경우, 경험해 본 대부분의 경험담은 "업무 효율이 정말 올랐다.(재택이 오히려 빡세다)", "사무실에서 여기저기 안 불려 다니니,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이 정상입니다.
C. 전략적 선택으로서의 재택근무; 이건, 회사가 확장성, 유연성, 글로벌 진출 등의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홈오피스의 운영을 전략을 채택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모든 참여자들이 집에서 100%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존형 재택근무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은 독립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회사는 홈오피스 구축을 위한 비용을 회사에 가구와 디바이스를 사주듯이 지원해야 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생존형 재택근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을 줄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경영자들이 평소에 고민해야 하는 것은 A를 기본으로 확보하고, B를 기업의 문화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호두랩스도 지난 1년간 효율성 추구를 위한 재택근무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데요, 꼭 기억해야 하는 핵심 Rule은
- 집중할 때 효율이 높은 업무 수행 시만 가능 (협업 요구, 회의 필요 등의 업무는 불가)
-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확보가 필수 (요청 시 10분 안에 화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함)
라는 것입니다. 호두랩스는 재택근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여러 기법과, Tool들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소개하자면,
- 업무메신저: Slack (개인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분리해, 개인 삶의 질 기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음)
- Google calendar 및 Google meet (일정 공유 및 화상회의)
- Workflowy; 이슈 및 재택 수행업무 공유용 Tool
- 로지텍 화상 전용 Device: 일대 다수의 화상회의에서 다수 쪽에 이 아이가 있으면 화상회의의 품질이 월등하게 좋아십니다. 강추드려요.
마지막으로, 저희 회사 팀장님 한분이 저희 회사 정책이 너무 두리뭉실하다면서 평소 말투로 (아는 사람이 읽으면 목소리가 들리는 듯이 ㅋㅋㅋ) 재택근무에 대한 FAQ를 만든 것이 있어 공유합니다.
재택근무 도입 목적
1. 비상수단으로써의 재택근무
A. 코로나 등 물리적으로 사무실 환경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지속적인 회사 활동 영위
2. 업무 집중도 향상을 통한 성과 창출을 위한 재택근무
A. 불필요가 발생하는 사무 공간에서의 호출, 출퇴근 시간 부담, 시간 배분 비효율 등을 개선
재택근무에 대한 Guide line
1. 업무 성과의 판단은 팀장이 1차적 책임
A. 각 팀별 업무 특성이 있으므로, 각 팀에 알맞은 성과 판단 방법은 각 팀장의 책임하에 판단
2. 복지가 아닌 업무
A. 여유를 부리기 위한 재택근무가 아님
B. 설렁설렁 일해도 된다는 게 절대로 아님. 반대로 더 집중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이 재택근무
팀장이 재택근무를 인정하기 위한 조건
1. 혼자서 작업을 진행하는 일이 많은 경우
2. 동료들과 직접 대면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적은 경우
3. 회사에서만 작업 가능한 내용이 없는 경우
재택근무 필수 요소
1. 팀장과 사전 조율 필수
2. 비디오 콘퍼런스 항시 사용 가능
A. 구글 행아웃, 슬랙, 전화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함
B. 화상 회의 요청 시 10분 내 참석 가능 환경 확보
C. 기획 팀 간의 리뷰, 타 팀과의 회의 참석 등 비디오 콘퍼런스는 필수
D. 화상회의는 본인 기획서 리뷰 등의 이슈가 자주 존재하므로 기본적으로 PC에서 사용하며, PC의 기획서 리뷰 등이 없을 경우엔 휴대폰 대체 가능
3. 재택 근무일 전에 캘린더, 슬랙 연락망 등을 통해 미리 재택근무 상황 공지
4. 시작 시 당일 업무 예정 내용 / 종료 30분 전 업무 수행 내용 / 종료 알림 전파
A. 큰 카테고리 내에서 진행
Q&A
1. 집에 무슨 일이 있는데 써도 되나요?
A. 기본적으로 연차 활용. 그렇지만 연차 쓰기엔 아깝다 하면 2번을 보세요.
2. 일이 있어서 반차를 써야 하는데 출퇴근에만 3시간이 걸립니다.
A. 당일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가 아니라면 반차 이후 재택 쓰세요.
B. 반대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라면 출근해야 합니다.
C. 기본적으로 출퇴근 1시간 반 이상 걸리고, 업무 집중도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면 얼마든지 인정드립니다. (Door to Door 45분 정도면 출퇴근 부담은 별로 없을 테니까?)
3. 몸이 좋지 않은데 써도 되나요?
A. 기본 연차 사용
B. 단, 지금 같은 코로나 환경일 때 가벼운 증상이라면 미리 팀장과 상담하고, 경증인 경우라면 팀장이 판단해서 인정합니다.
4. 어제 술 먹고 술이 덜 깼는데요…
A. 연차 쓰세요
5. 오늘 지각각이 섰는데…
A. 반반 차 쓰세요.
6. 원래는 10시-19시 근무인데 09시-18시 재택근무해도 되나요?
A. 팀장이 보고 큰 문제없으면 OK입니다.
B. 물론 미리 허락을 받으세요. 필수입니다.
7. 카페에서 차가운 도시의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고 싶습니다!
A. 카페 찾아가느라 한 시간 걸리고 이런 거면 나중에 혼납니다.
B. 동네 카페(한 10분 거리) 정도는 괜찮습니다.
C. 단! Github의 소스를 다운로드하는 경우엔 절대로 안됩니다!
8. 집 공간이 재택근무에는 환경이 별로입니다. / 집에선 업무 집중이 안됩니다.
A. 본인 판단 하에 별도 공간을 구하는 것과 출근하는 것의 비교를 해주세요. 성과를 더 높게 내라고 하는 것이므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재택근무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9. PC방 가서 해도 되나요?
A. 공용 PC는 안됩니다. (보안 우려)
B. 공용 Wifi도 보안 우려로 인해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만, 구글 드라이브의 기획서 수준이라면 어느 정도는 괜찮습니다.
C. 단, Git-hub의 소스를 다운로드하는 환경이라면 절대로 안됩니다! (노트북에서 돌릴 일은 현실적으로 없겠지만)
10. 작업 환경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A. 필요한 환경을 어필해 주세요. 팀장인 저에게 말씀 주시면 HR 및 대표님과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1. 재택근무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는데 어디 물어봐야 할까요?
A. 팀장에게 물어보세요. 1차적 책임은 팀장에게 있고, HR과 상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팀장이 상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