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
한동안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고 무기력에 빠져있었다.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여러 권의 책을 사왔지만 막상 꺼내서 읽어본 책은 몇권 없었고 허무하고 초라한 인생이라며 자포자기하고 하루종일 누워서 지낸 기간이 있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지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실현해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꿈을 꿔온 것은, 무엇을 위한 꿈인가? 평생 그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행복하다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부의 풍요로움을 위한 꿈은 아니었는가'
내 나이 31이다.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가정을 이루고 챙겨야 할 가족들까지 생긴 뒤에 꿈을 키울 시기를 놓치게 된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만 같다.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한부를 걸어놓은 뒤에서야, 나는 절실해지고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만화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줄곧 부러워해왔음에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며 내가 직접 그려볼 생각은 해보지 않고 있었던 듯 하다.
평소 '왜'를 떠올리며, 현상에 대한 이유를 제기하며 사색을 즐기는 나는 웹툰PD를 넘어 웹툰작가를 꿈꾸고 있다. 프로그래머를 꿈꿔왔던 것이, 내가 코딩을 좋아해서가 아닌 새로운 시도가 두렵고 금전적 풍요로움을 원했기 때문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뒤로,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고 꿈을 꾸게 된 뒤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평소 읽지 않았던 소설을 읽고 있고, 새로운 감정들에 대한 자극을 찾아서 노래 가사들을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재미를 유발하는지 사색을 하곤한다.
덧없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변화를 추구하고 모험이 계속되는 한 세상을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보고 떠올리며 추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보인다. 아니, 어쩌면 추구하는 것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계속 꿈꾸는 한, 아름다움은 계속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