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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nceptor Aug 15. 2016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

펫로스 혼자 슬퍼하지 마세요


2014년 12월 13일
새벽 1시 36분...

산타는 15살의 삶을 마무리하고
내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살 무렵 우리 집에 와
14년을 함께 했던 산타.

나는 그날 나의 젊은 시절을
오롯이 함께 했던 친구를 잃었다. 

아직도 유골함을 어쩌지 못하고,
지금도 산타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핑 돈다. 

이 글은 
14년을 함께 살면서도
다 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그리고 산타를 보내고 맞닥뜨린
깊이를 알 수 없었던 슬픔과 그리움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이제... 

가고 싶으면 가도 돼.



그날 밤이었어... 


너는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핏물을 게워내고

거친 숨을 힘없이 몰아쉬었지.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

그리고 너무 무서웠지...

그래서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던 것 같아. 


너를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약속. 

내가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게 너를 붙잡고,

생명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서 

지금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  


그날 나는 너를 부둥켜안고 

처음으로 통곡을 하며 울부짖었어. 


내가 너무 미안해.
다 내 욕심이었어. 
아픈데 참지 말고...
네가 가고 싶으면 가도 돼. 


그때 제대로 볼 수도 잘 들을 수도 없는 네가 

나에게 몸을 돌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슬퍼하지 마...
네가 그렇게 힘들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나 이제 그만 할게...


그다음 날부터였어.

너는 곡기를 끊고 몸을 축 늘어뜨린 채 

간신히 숨만 쉬었지. 

 

그리고 진통제를 맞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가 이 정도면 안락사를 해야 한다고 

화를 냈지만, 

나는 결정을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결정을 보류한 채 집으로 돌아왔는데

너는 고통스럽게 경련을 시작했지.  

 

"엄마, 나 혼자 병원에 못 가겠어. 

내일까지 기다려보고 경련을 계속하면

아무래도 안락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나 너무 무서워. 엄마."


핸드폰을 쥔 손을 덜덜 떨며 

엄마랑 통화하는데, 

아마도 네가 그걸 들은 것 같아. 


그때만 해도 몰랐어. 

그게 너와의 마지막 밤이 될 거라는 걸...

 

밤을 새워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어. 


그리고 너를 침대로 데려왔지.

침대를 기억하는 건지...

거짓말처럼 너는 경련을 멈추었어. 


나는 조용히 너의 몸 구석구석을 

쓰다듬어주면서...

너를 위해 만든 노래를 불렀어. 


'산타~ 산타~ 귀여운 산타~

산타~ 산타~ 어여쁜 산타~'


축 쳐진 채 가는 숨만 쉬던 

네가 고개와 다리를 쭉 뻗으며 

조용히 기지개를 켜더라. 


나 이만 갈게... 

하는 것처럼...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지.


그게 너와 내 인연의 

마지막 순간이었어.




너와 나



2014년 봄... 

네가 비강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재채기하고 콧물이 나길래 

아무 일 아닌 줄 알았는데...

수술도 소용없고 

항암치료도 의미 없다고 하잖아. 


동물병원 대기석 의자에 앉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펑펑 울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화가 나서...  


14년 전의 봄.... 

너는 목사님 사모님 손에 

이끌려 우리 집에 왔었지. 


길게 늘어진 머리털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거실 구석에 묶여 있었어. 


목사님 따님 가족이 키우던 강아지인데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면서 오갈 데가 없다고 했지. 


너는 대소변도 잘 가렸고

밥을 먹을 때 곁에 앉아 얌전히 기다리고,

신발을 물어뜯거나 

침대 위에 올려달라고 끙끙대지도 않았지. 


소파에 누우면 발끝에 와서 장난을 치고

잠자리에 들면 조용히 이불 틈을 파고들어오는 

너의 따뜻한 온기가 싫지 않았어.  


내가 아침에 화장실에 가면 

문 앞에서 보초를 서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온 집안을 뒤지며 나를 찾아다니고

누가 나에게 큰 소리로 말하거나 

때리는 시늉을 하면 보초병처럼 

나타나 나를 보호해주었고...

 

내가 실연의 아픔으로 슬퍼할 때 

눈가를 핥으며 위로해주고

내가 1년간 집을 비웠을 때도

너는 현관문 앞에 앉아 나를 

하염없이 기다렸지. 


나는 언제나 너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어.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너랑 끝까지 함께 할 거야.




사람들은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말하더라. 


너는 할 만큼 했어. 
그 정도면 최선을 다한 거야.
좋은 데 갔을 테니까
빨리 잊어.
쓴 돈이 얼마야...
그만큼 해준 게 어디냐.


맞아.

나는 정말 최선을 다 했는지도 몰라.

그런데.

네가 가고 난 후에 알았어. 


나는 해준 게 없구나...
네가 나한테 해준 거에 비하면 
정말 잘 해준 게 없구나... 



나는 네가 귀찮고 

지겹게 느껴질 때도 많았어. 

바쁘다고 신경도 못 써주고 

만져달라고 매달리는 너를 

밀쳐내고 화도 냈지. 

힘들어서 그만 갔으면 할 때도 있었어.


그런데 너는 마지막 가는 순간마저, 

나를 생각하더라... 


그 사랑과 헌신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보통 자식 같다고 하는데

너는 나에게 부모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 


그렇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가

세상에 부모 말고 또 있을까?


그리고 

죽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되더라. 


최선도 없고 최악도 없는 게임이었어. 

그냥 선택만이 있을 뿐.


나는 항상 그 선택의 기로에 섰고, 

네가 뭘 원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너를 위한 최선이라고 했던 선택이

결국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이제는 알아. 


이런 나를 용서하지 말고 

너는 모두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만 기억할게...

나만 너를 기억할게...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지금도 옆에 꼭 붙어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부르면 올 것 같고... 
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
화장실 문을 열면 꼬리 치며
앉아 있을 것 같은데... 


산타는 옆에 없어요. 


산책 한번 더 시켜줄걸.... 
맛있는 간식 더 챙겨줄걸...
짖는다고 꾸짖지 말걸...
말 안 듣는다고 때리지 말걸...


보낸 후에 후회하면 뭐할까요. 


나이가 들수록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아요.

많이 아프고 힘들어해요.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절망하고,

마음 아파하는 주인에게 미안해해요.


아플 때 치료하고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잘 살피고 헤아려주세요.

 

그러니까 

지금 곁에 있을 때 

한 번 더 만져주고

이름 불러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 때... 

그렇게 해주세요.  




잊으라고 하지 마세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시간이 약이야.
그만 슬퍼하고 빨리 잊어버려. 
부모가 죽어도 이렇게 슬퍼할 거냐.
그깟 개 한 마리 죽은 게 뭐라고... 유난이야.
다른 개를 다시 키워봐.
다시는 개 키우지 마라.


보통 펫로스를 극복한다고 말하죠?

사실 펫로스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펫로스를 겪는 것도 아니고요. 


누군가는 쉽게 잊어버리고 다른 개를 키워요.

누군가는 개를 따라서 자살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요. 

겪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잊으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어요.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마음에서 기억하는 일이니까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이성으로 맺고 끝는게 쉽던가요?


펫로스는 극복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극복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지금도 산타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돌아요.

이제 휴지를 산처럼 쌓아놓고 울지는 않지만

눈물이 흘러요.  


왜냐고요?

마음속에 흉터처럼 남아있기 때문에  

완전히 지워지지가 않아요.

사람에 따라 크기와 깊이가 다를 뿐이겠죠. 


시간이 약이란 말도...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서 잊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에 더 깊게 새겨져서 

매일 꺼내서 확인해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아요.


펫로스로 힘든 건 당연한 거예요.


잊으려고..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면서

마음속 흉터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과정이 

펫로스를 이겨내는 방법이라고 믿어요.


상처의 크기나 깊이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누군가 펫로스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펫로스로 슬퍼하고 있다면, 

쉽게 잊으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지켜봐 주세요.

그냥 들어주세요.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한 마디가

더 아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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