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나무에 불을 지핀다
불이 붙지 않자
가만히 햇볕에 말리며 기다린다
다시 나무에 불을 지핀다
작은 불씨로 시작해
금세 불꽃이 피어난다
꼭 춤을 추듯이 피어난다
영영히 피어있을 것만 같아
지루해진 아이는 시선을 돌린다
비가 내리자 불꽃이 진다
놀란 아이는 추위에 떨며
작은 불씨가 남아있는지 뒤적인다
저 구석에 아직 빨갛고 시커먼 불씨가 남아있다
불을 지피는 아이 | 수인
언제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살 수는 없을지라도
그 작은 불씨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비는 분명 그칠 것이고
해는 다시 떠오를 거니까요.
작은 불씨를 소중히 여기며 지킨다면
다시 불타오르는 열정의 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불의 꽃이 아직 씨앗을 갖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