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기분의 행복

by Anonymous
요즘의 힐링 모먼트 화병 채워두기


사소한 소음이나 누군가 의도를 담지 않은 대화도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쩌면 아무도 이 정도로 브레이크가 없는 세상이 도래할지는 몰랐겠지만 근 몇 년 간의 세상의 속도감은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불안감과 피로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세상 누군가 이런 걷잡을 수 없는 환경적인 변화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면 묻고 싶다. 어떤 중심이 당신에게 그런 자유를 만들어주었냐고.


나 역시 환경에 벼 쓸리듯 휩쓸려 굽어진 것이 아닌 부러진 시기가 있었던 것 같고 그렇게 낮아진 에너지는 사소한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격변의 경험 속에 나란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속속히 느끼며 나를 더 알게 된 건 귀한 경험이다. 부러져봤기 때문에 지킬 수 있게 되기도 하니까. 어차피 한 번 부러져야 한다면 그냥 빨리 다 부러져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물론 회복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환경의 속도감을 센싱 하며 시끄러워진 내면의 목소리를 매일 커버하다 보니 가끔은 내 안의 목소리도 소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게 내 목소리인지 누군가 넣어두고 간 목소리인지도 분간이 어렵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듣더라도 가사가 없는, 공간을 가더라도 군더더기가 없는, 풍경을 보더라도 건물이 없는 것들을 보아야만 했다. 뭐, 이런 마음이 괴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조금씩 공유하는 심정이라고 믿었기에 버틸만했다.


결국 우리는 환경의 속도에 완벽히 발맞춰 뛰어갈 수도, 드넓게 퍼지는 방향을 다 경험해 볼 수도 없다. 내가 무언가 놓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작은 한 두 지점에 초점을 맞추길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요즘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소음을 줄이고 내 안의 한 두 가지의 목소리만 키워보는 연습을 한다. 큰 중심은 언제나 내 안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흐려지지 않게, 나다운 시선만이 나를 지켜줄 것이란 사실을 믿고, 내면의 고요를 통해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래서 요즘의 나는 가장 조용하고 고요한 기분 속에서 가장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어쩌면 언젠가는 쓰나미 같이 내게 다가오는 파도들 앞에서도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나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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