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by 지훈

15화. 조용한 날


마음이 어딘가 부딪혔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잔잔한 파도가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별일은 아니었다.

말이 조금 빠르고,

기분은 생각보다 앞서 있었다.

마음이 조금 어긋난 순간이었을 뿐.


잘못한 것도 아니고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르게 움직였을 뿐이다.

조금은 빠르고,

조금은 서툴고,

그런 날이었을 뿐.


나는 혼자 있는 밤이면

마음을 자주 반추한다.

왜 그 말이 오래 남았을까.

왜 나는 거기에 멈췄을까.


인지심리학에서는

‘정서 기억’이라는 개념이 있다.

감정이 동반된 기억은

더 선명하고 오래 남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작은 말 한마디가

며칠을 따라다니기도 한다.


말을 한 사람은 잊었을지 몰라도

그 말의 여운에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처음엔 이게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내가 유난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렇게 마음속 어딘가에

자신만의 회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그 회로를 살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무너진 자리에는

늘 너무 큰 마음이 있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마음은 감춰야 하는 게 아니라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불안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맞춰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너무 늦게 알게 되어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냥 조용한 날이다.


감정을 꾹 누르지도 않고,

툭 던지지도 않으며

가만히 바라보는 날.


조금 덜 서두르고,

조금 덜 오해하고,

조금 덜 무너지는 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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