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난나 Aug 28. 2022

대기업(금융권) 사내변호사의 소소한 업무 팁

사내변호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2)


지난번에 제가 사내변호사로 일했던 첫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의외로 도움이 되셨다는 댓글에 힘입어 사내변호사 업무에 관한 글 2탄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2013년 1월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2년 동안 부동산 개발사업 등의 업무를 했던 중소기업 법무팀장으로 일하다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회장님의 권고?로 위 회사 일을 주로 다루는 서초동 법무법인에서 2015. 3부터 약 2년간 근무를 합니다(음.. 이때는 정말 미친 듯이 일했던 시기에요, 하루 재판 4개 참석에 잦은 야근, 주말근무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로펌업무와 사내변호사 업무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써볼까 합니다~)


로펌일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해서 2016. 12에 로펌 퇴사 후 2017년에는 어머니와 못 가봤던 서유럽 여행도 다니고 국선 변호인으로서 이런 저런 사건도 다루고, 부동산 경공매, 강제집행도 하는 등 마음적으로 여유로운 개업변? 생활을 하다가 2018. 6부터는금융권 회사 준법지원부 법무팀의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사내변호사(법무팀장)로 처음 일했던 중소기업과 달리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일단 대기업 수준의 규모에 속하기 때문에 업무방식이 이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제가 법무팀장이 아니고 선임 변호사님들이 많이 계시기에 이슈가 될 만한 사안에 관해 선배 변호사님들과 노련한 직원분들께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하에서 제가 금융권 사내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배운 업무의 기술?에 대해 말씀드려볼게요(누군가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겠죠?)


적시성과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 덕목입니다(so, 혼자 끙끙 앓기 금지)


지난 1편에서 적시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 잠깐 말씀을 드렸는데 수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금융회사 본부부서 법무팀앞으로는 하루에도 몇십건씩 법률질의와 계약서 검토요청이 옵니다. 팀장님께서 해당 검토요청 건을 여러 사내변호사분들과 직원분들에게 배정해주시는데 본인이 배정을 받게 되면 일단 내용을 딱 보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지 아닌지 빨리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내변호사는 퇴근 시간 전까지 업무를 끝내야 하는데(특히나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9-6를 시행하고 6시만 되면 pc off가 되는 기업이 많습니다) 본인의 경험과 역량 밖이라 판단이 된다면 지체없이 상급자와 상의해서 로펌에 의뢰를 하는 등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물론 이때 과거의 데이터(유사사안 등)를 찾아보고 경험이 많은 임직원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급한 건이라면 먼저 사실관계 및 이슈를 면밀히 파악해서 상급자에게 외부에 맡겨야 할 이유를 잘 설명하여 빠른 사업진행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품의문(공문)작성을 잘 해야 합니다.


대규모 회사들은 대부분 내부 인트라넷, 전자결재 시스템 등을 구축해놓고 있는데 이러한 사용법을 잘 익혀서 결재 상신시 공문을 깔끔하고 보기좋게 잘 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전자결재 시스템상으로 기안자, 결재자의 이름은 해당 공문의 보존기간동안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때문에 문서가 남는 공문 작성시에는 보다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저는 계약서 검토회신, 법률질의 회신, 소송수행 품의문을 주로 작성하는데 처음에는 소장이나 준비서면 쓰듯이 다소 만연체로 자세히 썼던 것 같은데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지금은 검토요청 부서 및 영업점에서 알아보기 쉽게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구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때 추후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 등에 따라 법률적 리스크가 커질 사안이라면 아래와 같이 “적절한 면책문구”를 넣는 것이 좋습니다. 


귀 점(귀 부서)에서 제공해주신 상기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다음과 같은 검토의견을 보내드리오니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회신 전 영업점, 타부서와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사실관계 파악은 필수입니다.


한편, 수많은 영업점에서 보내온 검토 요청사항은 때로는 매우 간단하게 되어 있어 그 외양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질의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해당 부점 담당자와 전화, 미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질문 의도를 알아내고 사실관계를 캐내야 합니다.

(가끔 저도 귀찮아서 질의를 한 담당자와 연락하지 않고 나름대로 답을 찾아서 회신하고 싶은 마음도 들긴 하지만, 담당자와 연락을 해보면 이 질의를 한 숨은 의도와 배경지식, 사업 진행경과 등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검토 전에 담당자와 연락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서(불리한 점이 의도적 또는 실수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법무팀의 검토를 거쳤다는 것 자체로 일종의 면죄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검토 의견을 작성하거나 말할 때에는 정확한 사실관계와 이슈 파악은 필수 입니다(엄정한 법적 책임 추궁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힘~!이죠)




임원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면 주변 평판과 사내 네트워킹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대기업이나 대규모 회사는 특히나 평판이 중요합니다. 직원 수가 많다보니 억울한 오해에서 비롯된 평판은 걷잡을 수 없이 재확산되기도 하지요. 


따라서 말이나 행동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고 타회사 이직 시 사내변호사 역시 평판조회를 거치므로 평판 관리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또한 회사에서는 변호사와 일반 직원이 잘 융화되는지 여부를 우선적인 채용조건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에 변호사가 할일과 아닐 일을 너무 세세히 구분하기 보다는 업계 특성을 잘 안다는 측면에서 비변호사 업무 등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임원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사내변호사라면 더욱 더 평판과 임직원, 타부서와의 네트워킹에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저희 회사에 사내변호사로서 임원 직위에까지 오른 분이 있는데 점심시간에 인맥 구축 등을 위해 결코 혼자 식사하시는 일이 없없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 소통방식일 수도 있으나 사내 인맥을 만드신 그 분의 노력과 노하우는 정말 존경스러운 것 같습니다.)





본인이 속한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최대한 높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저는 금융권으로의 이직을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었고 그 전 커리어가 건설, 부동산 쪽이어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자주 쓰는 업계 용어나 관행, 금융감독당국의 막대한 권한 등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곳에 와서 어리바리했던 첫해를 겪고 나니 대충 회사의 다양한 사업구조와 관련 이슈가 그려지고 어떤 법이 문제될지 대강의 법주소?가 습득되었습니다. 


사내변호사라면 일단 본인이 속한 회사의 산업 구조와 주요 관련법률의 제개정사항은 수시로 체크를 해야하고 이를 관련 자문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요즘에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시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등)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슈가 되는 사례 분석 및 법무와 컴플라이언스의 상관관계, 컴플라이언스 업무 체계 및 특성 등을 잘 파악하여 컴플라이언스 전반에 걸쳐 조력자 내지 해결사?의 역할을 하는 사내변호사가 되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영업점 컴플라이언스 오피서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였습니다. 비록 턱걸이 수준이기는 하나 요즘 같은 변호사 포화 시대에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측면에서는 해당 자격증 공부가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https://m.blog.naver.com/red00sh/222108934247








매거진의 이전글 김팀장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