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매낙찰물건, 명도 절차 없이 임대차계약 체결 성공
입찰보증금을 포기하지 않고 매각대금 납부 후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결심을 하고 현소유자를 만나러 다시 한번 찾아갔던 그 빌라는 무려 1994년도라는 준공시기를 자랑?하면서 자세히 뜯어볼 수록 더 낡은 외관을 자랑하는 집이었다.
낙찰 후 첫번째 봤을 때도 그렇지만..
두번째 봤을 때에도 역시나 실망스러웠다.
제일 큰 문제?는 역시나 약간의 경사진 부지 위에 건물이 위치해 있어 건물입구쪽이 살짝 반지하처럼 보이는 외관이라는 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대편 창문쪽은 완연한 1층이라 그래도 어디 내놓을 때 1층이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의 외관 때문에 이래저래 실망감이 컸지만 마냥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 날 오전, 떨리는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내가 낙찰받은 102호 앞에서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 소유자의 우편물이 한 두개 정도만 우편함에 보이고 특별히 더 쌓여있지는 않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 이 집에 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계속 해서 문을 두드려도 안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매로 넘어가서 다른 사람이 낙찰받은 사실은 알고 있는 거겠지?'
난 A4용지에
"공매로 00빌라 0동 102호 낙찰받은 김난나입니다. 만나뵙고 이사비 등 협의하고자 하오니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연락처: 010 0000 0000)"라고 써서 그집 문틈을 통해 종이를 집어넣었다.
그러고도 그냥 가려니 아쉬워서(혹시나 현 소유자가 나타날까봐) 한참을 그 집 앞을 서성이는데 한 엄마와 아들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그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화목해보이는 엄마와 아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 물건에 대한 왠지모를 신뢰감이 피어오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 임대를 어떻게 놓아야 할지 걱정되기는 하였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현 소유자와의 만남에 실패한 후 그제서야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인근에 커다란 지역 체육관도 있었고 빌라 옆에 위치한 주공아파트도 살기 좋아보였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낙찰받은 물건이 좀 못나?보이는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빌라는 관리비가 없거나 저렴하고 내 물건(!)도 역세권이니 수요는 꾸준하리라 위안을 삼으며 애써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했다).
지하철 7호선에서 5분거리에 위치해있고, 주변 아파트들로 인해 학원가와 대형마트 생활권 등이 형성돼 있어 간접적 수혜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주변의 국공립?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비록 물건 자체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주거용으로서의 '입지'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다.
주변을 돌아보니 보니 배가 고파서 근처의 인심 좋아보이는 국수집에서(동네 단골분들도 많이 이용하는 가게 같았다) 잔치국수를 시켜서 후루룩 먹는데, 평범한 4천원짜리 국수가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름 긍정적인 점을 찾아내면서 지하철 역쪽으로 발길을 옮겨 집으로 돌아와서 현 소유자(채무자)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당시 나는 직장엘 다니고 있지 않아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다시 한번 그 집엘 찾아가보기로 했다(직장인이었으면 아마도 우편물을 다시 한번 보내봤을 것 같다)
또 한번 간곡한 '협의 요청'의사를 담은 A4용지를 그 집 문틈에 넣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경매절차에는 간이한 인도명령제도(매수인이 대금을 낸 뒤에 6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법원이 채무자나 소유자 및 부동산 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을 매수인에게 인도하도록 하는 명령)를 이용해서 신속하게 집행을 할 수 있으나 공매에는 그런 절차가 없어 협의가 안되면 무조건 명도소송을 해야했기 때문에 더더욱 채무자와의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두번째 A4용지를 넣어둔 후 며칠이나 흘렀을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00빌라 102호 사는 사람입니다,’ 라며..
드디어 채무자와 연락이 된 것이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이 물건 직원한테 듣기로는 채무자가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체납 세금이 많은 거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전화를 걸기 전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나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를 혹시 표출할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채무자와의 통화를 부탁했다.
다행히 채무자 측은 나와 협의할 의사가 있고 이 집에서 계속 살게 해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해왔다.
개인회생 파산을 검토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세를 잘 납부하실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였으나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 후 채무자의 아내와도 통화를 하게 되었다.
아내분과는 내가 직접 통화를 했는데 채무자인 남편은 신용상의 문제가 있어 본인이 직접 임차인으로 월세 계약을 하고 월세 납부도 본인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내분은 현재 일을 하고 있어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니 남편 상황이 어렵더라도 월세를 못내지는 않을 거라면서 최대한 빨리 임대차계약을 하자고 했다.
골치아플 수도 있었던 임대차문제가 금세 해결되는 조짐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나와 남편은 현 집주인 내외를 만나서 임대차계약을 위해 협의하기로 했다.
드디어 내가 낙찰받은 집 내부를 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주인내외의 아들로 보이는 분이 대뜸 나에게
"이 집 도대체 왜 낙찰 받으신 거에요?"라며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집 너무 낡아서 나중에 팔리지도 않을텐데.."
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속으로
'그러게요. 현황 조사 미리 했으면 절대 안받았을 물건인데..'라고 생각을 했으나
겉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이 동네도 옆동네처럼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라며
짐짓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버렸다.
물론 옆 구역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 동네 주변에 재개발 추진 중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고, 부평역 GTX도 생길 거라는 소식도 들려왔기 때문에 난 애써 나의 첫 낙찰물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위안했다..
그러나 그 집 아들의 그런 소리는 듣기에 불쾌했고 기분도 좋지 않아서 나중에 꼭 개발이 되거나 이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투자 이익을 거두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나게끔 했다.
그 아들분 말처럼 이 집 내부는 많이 낡기는 했지만 첫 분양을 받아서 지금까지 살아온 주인 내외가 그래도 관리를 잘하면서 사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내분은 현재 형편이 너무 어려우니 월세를 최대한 저렴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면서 너무 낮은? 금액의 월세를 제시했다..
그러나 원룸도 그렇게 낮은 월세로는 계약을 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시한 금액에 20만원을 더하는 대신 임대차보증금을 낮추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그 분도 자신이 너무 낮은 금액을 말한 것이 민망하셨는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결국 보증금 1천만원에 43만원의 월세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거주하고 있는 채무자의 배우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셈이니 굳이 부동산에 세를 내놓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표준 임대차계약서에 특약 하나만 추가해서 계약 체결을 해서 복비를 아낄 수 있었다.
여튼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나의 첫 낙찰 물건은 너무 오래된 빌라여서 4대은행은 대출을 안해준다고 하고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은 높은 이자를 요구했고 그 마저도 3년 후 일시상환 조건이 있었기에 겨우 다른 곳을 찾아냈는데(대출을 알아보는 방법은 대출상담사를 통해 여러 곳의 비교견적을 거쳐 가장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나, 난 당시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아서 집 주변의 은행 지점에 일일히 방문을 해서 대출 견적?을 내보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방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SC제일은행에서 대출을 승인해주어서 감정가의 약 절반 정도인 4300만원의 대출(연 3.4%고정금리 + 30년 장기 원리금균등분할 조건)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래서 위 물건은 임대차보증금 1천만원에 대출금 4300만원을 제하고 실 투자금 3200만원과 기타 부수비용(셀프등기비용 및 취득세 등의 세금)을 들여 현재는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월 25만원 가량의 소중한 월세수입을 안겨주는 물건이 됐다(나는 실투자금이 3200만원 가량 되었으나 고수 분들 중엔 실투자금 1-2천만원 혹은 0원으로 매달 꼬박꼬박 월세수입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당시에는 입찰보증금까지 포기하면서 낙찰을 포기하고 싶었던 물건이나 다행히 세입자분이 월세를 꼬박꼬박 잘 내 주시고 집도 깨끗하게 사용하면서 관리도 잘해주시기에 투자금 대비 연 수익률로 보자면(월세*12/실투자금*100)연 8-9%대의 수익을 안겨주는 나름 알짜물건이 된 것이다.
물론 후회되는 점 중 하나는 현황조사를 철저히 하고 좀 더 유찰됐을 때 저 물건에 입찰했으면 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겠으나(내가 저 물건에 입찰했을 때 입찰자는 나 포함 단 두명이었다...)그래도 첫 경험이 있었기에 다음번에는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낙찰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나의 첫 공매 낙찰 경험담은 어찌 보면 실패 경험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매달 꾸준한 월세수입을 안겨주는 수익원이 됐다.
직장인으로서 꾸준한 월세수입을 얻고 싶다면 공매에 나온 주거지역의 빌라 물건을 적극 공략해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을 받아 세를 놓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매 물건은 직접 법정에 가지 않아도 입찰 가능하고, 유찰될 경우 다시 매각기일을 잡는데 그 기일 간격이 경매보다 짧아서 유찰이 거듭될 수록 최저매각가격(최저입찰가격)이 더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워낙에 큰 단위의 거래금액이 오가서 한번 살 때 정말 신중하게 사야겠지만, 작은 규모의 오피스텔이나 빌라로 월세수익을 얻길 원한다면 온비드 사이트(공매)를 샅샅이 보면서 일반 경매물건 대비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낮은 경쟁률에 낙찰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 거주를 하는 아파트가 아닌 물건을 찾아내는 입장에서도 온비드에 소개되는 다세대주택(빌라)은 경매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편이어서 잘 찾아보면 실거주하기 적절한 물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매물건도 명도를 하는 방법은 일반 경매와 다르기는 하나, 최대한 채무자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있으므로(보통 낙찰자가 낙찰부동산에 가서 연락처를 남기면 일반적인 임차인이나 채무자는 연락을 해오게 마련이므로 직장인이라면 낙찰 받고 주말 정도에 물건지를 방문해서 채무자와의 만남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명도에 너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한편, 신탁사에서 신탁받은 부동산을 이런저런 신탁계약상의 사유로 일괄 공매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신탁공매물건은 국세청에서 하는 체납처분과는 달라서 일반 매매계약처럼 신탁사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게 된다. 행복재테크(행크) 강사님들 중에는 이러한 신탁공매물건을 잘 잡아서 부의 지름길에 이른 사례도 있었다.
신탁공매물건은 각 신탁사의 사이트를 보면 잘 소개가 되어 있는데 공매공고의 유의사항을 반드시 필독해야 하고(현재 공고된 물건에 채무자의 타 채권자가 처분금지가처분을 제기하였다거나 유치권 신고된 물건이나 신탁사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문구들이 있으므로 이러한 법적 제한사항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잘 모르는 부분은 법률상담 등을 통해 권리분석을 해보면 될 것이다.
공매물건정보 | 공매/분양정보 | KB부동산신탁 (kbret.co.kr)
또한 신탁공매물건은 대부분 공실인 경우가 많아서 힘들게 명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많고 신탁공매나 체납처분 공매 등은 일반 경매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만큼 경쟁자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으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권리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물건으로 공매에 (우선)도전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생각하는 것의 30%만 실천을 해봐도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공매에 관해 재정비를 하고 차근차근 돈을 모으면서 다음 번에는 신탁공매에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