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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Aug 26. 2024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

험한 길을 달리고 있는 시내버스 안

어쩌다 가끔 타고 내릴 때 인사를 하는 기사님을 만나는 날이면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운전하는 버스를 탔다는 것은 작은 행운이며, 그만큼 안전한 운행은 보장되었다는 것이기에 느리게 달리더라도 출근에 늦게나 시험에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눈 감아 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마친 순간

“앞을 보고 똑바로 앉으세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모두가 한 곳으로 시선이 쏠렸다. 시장에서 무언갈 잔뜩 사서 탄 두 명의 아주머니

앞뒤로 앉아 계시는.

앞에 앉은 아주머니가 누가 봐도 위태롭게 상반신을 돌려 앉아 있었다. 옆엔 흔들리는 짐들과 차가 코너를 돌 때 발라당 넘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시선과 기사님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들의 두 손에 시선이 간 순간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이랄 것도 없이 모두가 나눠 가졌다.

두 손으로 대화를 하는, 수화로 대화를 하는 그녀들.

아마 그녀들은 듣지 못했기에 자신들에게 고함친 아저씨에 대한 미움도 우리의 눈길에 대한 분노도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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